[인&아웃] 사법개혁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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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다. 사법부의 책임성 강화, 기본권 구제 확대, 재판 적체 해소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사법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사법개혁 3법의 추진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편향 시비를 부른 판결들, 만성화된 재판 지연, 법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겹치면서 "사법 독립이란 방패 뒤에 책임을 숨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게 민주당의 진단이다. 법왜곡죄는 고의적인 법 해석 왜곡을 형사처벌로 다스려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장치다. 재판소원은 확정판결이라도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시 심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적체라는 병목 현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시각은 다르다. 법 해석과 사실 판단에는 본질적으로 재량이 개입되는데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법관이 논란을 피하려고 무난한 판결을 택하는 '재판 위축'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은 확정판결 이후 헌재라는 추가 관문이 열리는 사실상 '4심제'로 분쟁의 종결성을 약화하고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 충돌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대법관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재판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합의와 숙의 중심의 최고법원 기능이 오히려 희석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관 징계 제도는 독일·프랑스 등에서도 운영되지만, 재판 내용 자체를 이유로 법관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예외적 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독일에서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대법원의 권한 경계는 수십 년간 판례와 관행이 축적되며 형성된 것이지, 단일 입법으로 일거에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관 증원 문제는 미국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뉴딜 정책을 잇달아 위헌으로 판단한 연방대법원에 대응해 대법관 수를 9명에서 최대 15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 속에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1명이 뉴딜 입법을 합헌으로 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어 대법원의 판례 방향이 전환됐다. 대법관 증원은 끝내 무산됐지만,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사법개혁의 성패는 설계의 정밀도와 속도 조절에 달려 있다. 책임 강화와 권리구제 확대는 시대적 요구다. 다만, 재판의 안정성과 확정성을 훼손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법은 한번 바뀌면 되돌리기 어렵다. 사법 제도는 더욱 그렇다. 그 영향은 수십 년, 때로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충분한 숙의와 사법부의 참여,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6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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