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통계청이 석 달전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선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돌파했다는 통계가 화두였다. 2003년 관련 통계작성 후 최대 규모다. '쉬었음' 인구는 일을 하지 않는데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15∼29세 청년들이 직면한 심각한 취업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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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발표된 5월 고용동향에선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었다. 법적 정년인 60세를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1년 전보다 37만명 늘어 704만9천명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5∼29세의 청년층은 물론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9.4%, 고용률은 48.3%에 이르니 대략 60세 이상의 절반가량이 일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로 작년 말 현재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인구가 많으니 경제활동인구 증가에서도 고령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취업자 수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다. 더구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년층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이제 60세는 중장년 정도로 취급받는 장수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건강이 허락하면 자기 적성과 취미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활력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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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0세 이상 취업자 705만명 중 경제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발적 의지로 취업에 나선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노인 빈곤율 등의 통계를 찾아보면 고령층 취업자 수 증가를 자발적 의사와 수명 연장에 따른 희망적 메시지로만 해석할 수는 없어 보인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 상태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도 37.3%로 OECD 1위다. 단순화해 말하면 한국 노인은 다른 어느 나라 노인들보다 많이 일하는데도 가장 가난한 상태다. 더구나 일자리도 6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단순노무직이 36%라니 고용의 질이 열악한 수준이다.
구직 의욕조차 상실한 청년들을 일터로 끌어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회, 늙고 병들어 근로 능력이 없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건강한 노동의 사회다. 우리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3포세대가 되지 않게, 4050세대가 소득절벽 때문에 은퇴를 두려워하지 않게, 60세 이상 고령층이 생계 때문에 근로 현장에 내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문제부터 경기 활성화, 기업의 인력 채용 변화,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있는 고차방정식이다.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소통과 협력으로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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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704만9천명)는 고령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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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2일 14시1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