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후'…AI·에너지에 포위됐다 [지금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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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입력 2025.06.09 14:42

기후 정책, ‘성장’ 중심 AI·에너지에 갇혀 제대로 기능 못할 듯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던 중간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던 중간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조만간 정부 조직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미래세대 관련 정책 등을 꾸려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탄소중립은 물론 앞으로 탄소세 등 달라지는 통상환경과 맞물려 있어 매우 중요한 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시대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정의로운 전환’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발굴 등에 나서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다.

최근 대통령실 조직 개편 등을 보면 후보 시절의 공약과 달리 ‘기후 정책’이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정책에 떠밀려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는 전형적 진흥 분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100조 투자’를 통한 ‘AI 3대 강국’을 내세웠다. 공약 1호로 제시했다.

공약한 대로 대통령실은 최근 새로운 조직도를 발표하면서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다. AI미래기획수석 아래로는 △국가 AI정책 △과학기술연구 △인구정책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 등을 위치시켰다.

미래기획이란 수식어를 달았는데 ‘AI미래기획수석’은 ‘AI진흥수석’에 다름 아닌 셈이다. AI 전문가가 수석비서관에 임명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그 아래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을 뒀다는 지점이다.

에너지 먹는 하마 ‘AI’

AI는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부른다.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는 분야이다. 반면 기후 정책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지금의 중앙집권식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형, 지역 자급자족형으로 바꿔야 하는 게 목표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실제로 AI와 에너지의 ‘이율배반적 현상’은 일론 머스크의 xAI 사례에서 목격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 회사는 AI를 구동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미국 멤피스에 건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허가 없이 최소 35대의 이동식 메탄가스 터빈을 몰래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시민단체 등이 이를 문제 삼자 지역 공무원들은 일론 머스크를 오히려 옹호하고 나섰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관련 보도를 통해 “ 일부 지역 공무원들은 일론 머스크가 멤피스에 투자하고 있다며 억만장자를 옹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후 정책은 상관치 말라는 인식인 셈이다.

AI 진흥과 투자를 위해서는 에너지와 기후 정책은 관심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이다. ‘에너지 먹는 하마’로 통하는 AI를 위해 앞으로 에너지를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지점인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재명의 ‘에너지 고속도로’ 한계점 뚜렷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업이나 공장이 있다면 세금 혜택, 관련 규제 대폭 완화 등 전방위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 같은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남서해안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수도권으로 운송하겠다는 시스템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는 “남서해안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동해안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 시설로 보내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 측은 “수도권과 반도체 클러스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가 육지로 상륙해 장거리로 다시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며 “결국 (이재명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새로운 ‘밀양’을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듯 필요하다면 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기업과 공장을 이전하도록 독려하는 게 합리적 정책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전문가는 “후보 시절 기업이나 공장이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여러 지원책을 내세우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지역의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송하겠다는 말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를 보면 이재명의 ‘기후 정책’은 AI와 에너지가 가질 수밖에 없는 성장의 이념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에너지에 포위된 기후 정책, 앞으로 운명은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론 틀리지 않은 말이다. 다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분배를 염두에 둔 성장 개념과는 매우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분배를 기본으로 한 성장’과 ‘성장 없이는 분배는 없다’는 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AI와 에너지라는 성장 부분에 매몰된 나머지 기후 변화라는 ‘분배’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대통령실의 관련 조직개편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기후 환경, 에너지가 ‘수석비서관’ 급으로 상향되고 산업, 국토, 농림축산 등이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도 크게 힘을 받지 못했다”며 “경제수석이 ‘경제성장수석’으로 바뀐 걸 보면 이재명 정부에서 ‘성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은 “AI, 과학기술, 기후환경에너지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면 AI나 과학기술에 기후환경에너지가 종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결국 누가 수석비서관과 담당 비서관을 맡고 대통령이 얼마나 챙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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