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로봇세, 또 다른 러다이트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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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로봇세, 또 다른 러다이트의 망령

미지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본능이다.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마주한 현대자동차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도 두려움이었다. 부품을 인식하고 다음 동작을 예측해 이동하는 아틀라스의 모습에서 그들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떠올렸을 것이다.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천명한 노조의 반사적 대응은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이 같은 정서를 타고 고개를 드는 것이 ‘로봇세’ 도입 주장이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잇달아 열리고, 학계 등 조야에서도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봇세란 로봇의 보유 또는 활용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자동화 속도를 늦추고,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발상이다. 일종의 ‘혁신 벌금’인 셈이다. 같은 취지를 적용하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키오스크, 모바일뱅킹에도 세금을 물려야 한다. 하지만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저항인 러다이트 운동부터 20세기 초 자동차 도입에 반발한 마부 조합의 집단행동, 1970~80년대 자동화 확산에 맞선 미국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시도도 미래를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로봇세는 결국 제조업의 해외 엑소더스를 가속화해 산업 공동화를 부르고, 세수 증대는커녕 국가 경쟁력마저 약화할 게 뻔하다. 미국 공장이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국내 공장의 경쟁 열위는 순식간에 현실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공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폐업뿐이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공포 이른바 ‘잡포칼립스’(일자리를 뜻하는 Job과 종말을 의미하는 Apocalypse를 합친 신조어)는 과장된 미신에 가깝다. 맥킨지의 글로벌 싱크탱크인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는 2030년까지 세계 전업 일자리 가운데 최대 8억 개가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동시에 8억9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는 역사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늘린 게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용 컴퓨터(PC) 도입 과정에서 타자수와 사무 보조원 같은 직업은 사라졌지만, 미국에서만 약 1600만 개의 일자리가 순증했다. 이 중 90%는 정보기술(IT) 산업 외부에서 나왔다. 기술직 일자리 1개가 창출될 때마다 지역 경제에서 비기술직 일자리 3.59개가 함께 늘어나는 ‘고용 승수 효과’도 입증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자동차 조립 현장의 단순·반복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로봇 유지·보수, 피지컬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인간·로봇 협업 공정 설계 등 새로운 직업 생태계의 등장을 의미한다. 결국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일자리 재편’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기술·산업의 거대한 전환기마다 수용성이 높았던 국가는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패권을 쥐었다. 반대로 이에 저항한 나라는 예외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패권을 잡는 국가가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차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구나 인구 감소가 심각한 한국은 로봇을 통한 노동생산성 유지가 필수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에 대한 공포를 소비하는 건 문명적 진보를 거부하는 반역사적 일탈이다. 그럴 시간에 능동적으로 미래 선점 전략을 짜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지원은 물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합리화,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노동시장과 새로운 일자리에 맞춘 교육 시스템을 동시에 재설계하는 국가 차원의 ‘대전환 전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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