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던 '아랍인'에게 목소리…프랑수아 오종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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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원작 소설 시각적 재해석…흑백 화면에 담아낸 강렬한 태양뫼르소의 무심한 일상·부조리 속 암울한 식민지 알제리 현실 조명 이미지 확대 영화 '이방인' 속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이렇듯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재해석한 영화 '이방인'에서는 들을 수 없는 문장이다. 영화는 주인공 뫼르소의 말 대신 행동과 표정을 따라가며 원작의 첫 장을 펼쳐 보인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마치 남의 일인 듯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던 뫼르소(뱅자맹 부아쟁 분)는 다음 날 우연히 만난 옛 직장 동료 마리(레베카 마르데르)와 수영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며 웃는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뫼르소의 모습은 카뮈가 1942년 원작 소설 속에 그려낸 인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연인이 된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하고,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상대가 원한다면 할 수도 있다는 듯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뫼르소가 이웃 레몽(피에르 로탱)의 일에 엮여 해변을 찾았다가 한 아랍인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 그의 무심한 일상은 끝난다. 이미지 확대 영화 '이방인' 속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여기까지는 원작의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가지만, 카뮈가 80여년 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가장 큰 변화는 뫼르소에게 살해당하는 아랍인과 그의 누나다. 소설에서 피해자는 이름 없이 그저 '아랍인'으로 불리지만, 영화는 그의 가족과 삶을 보여주고 누이에게 '제밀라'라는 이름과 목소리를 찾아준다.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었는지, 장례식 다음 날 여자와 영화를 봤는지가 쟁점이 되고, 제밀라는 정작 죽은 동생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본다. 프랑스인과 아랍인이 같은 알제리에 살면서도 거리와 해변, 극장에서 좀처럼 뒤섞이지 않는 모습도 반복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뫼르소 개인의 부조리를 다룬 이야기 뒤편에 감춰진 당시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오종 감독은 "원작에서 이름조차 없는 아랍인의 누이는 영화에서 이름과 목소리, 의식을 가진 인물이 됐다"며 "아랍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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