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심부전, 심장기능상실, 심장기능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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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心不全)이 뭐냐는 질문을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 짚이는 게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한자를 확인하고서야 감이 분명해졌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심장기능상실의 전(前) 의학용어라며 뜻을 전합니다. '심장의 수축 운동이 비정상적이어서 신체의 각 부위로 피를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 호흡 곤란, 부기 따위의 증상이 나타난다.'라고요.

두 낱말이 같은 의미의 신, 구 용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려운데다 정확하지도 않은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서와 달리 의학용어위원회의 의학용어사전에서는 심장기능상실이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심장이 기능을 잃으면 목숨도 잃는 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생각할 가능성이 제법 큽니다. 심장기능결함, 심장기능미흡, 심장기능부실, 심장기능불완전, 심장기능비정상, 심장기능부족, 심장기능모자람, 심장기능약함 같은 말뜻과 말맛이어야 하기에 상실은 지나쳤다고 판단합니다. 영어 단어(cardiac failure/heart failur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해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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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 의학용어 검색창

전문용어가 어려운 것은 불가피합니다. 어느 정도는요.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으로 쉽게 풀어 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많은 전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요. 상상합니다. 건강 문제를 두고서 환자와 의사 간에 소통이 잘되면 얼마나 좋을지를요. 알기 쉬운 말이 환자에겐 득이 되지만 의사에겐 득이 안 된다는 통념은 틀렸다고 믿고 싶습니다.

『다 쓴 글도 다시 보자』(박재역 저)는 몇몇 신, 구 의학용어의 비교표를 실었습니다. 갑상선 → 갑상샘 / 결핵성관절염 → 결핵관절염 / 고지혈증 → 고지질혈증 / 깁스붕대 → 석고붕대 / 편도선 → 편도샘 같은 예가 보입니다. 새것의 나은 점이 선뜻 와닿지 않습니다. 다모증 → 털 과다증 / 소파 → 긁어냄 / 슬관절 → 무릎 관절 / 식모술 → 털 이식술 / 정신지체 → 지적장애 같은 사례도 책은 소개합니다. 신용어가 그나마 의미를 파악하기 쉬운 경우입니다. 의사들의 언어, 끊임없이 나아질까요? 그 어렵다는 판검사들의 언어와 견줘 보더라도 갈 길이 아직은 더 멀어 보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재역, 『다 쓴 글도 다시 보자』, 글로벌콘텐츠, 2021, pp. 298-299. 의학용어 '전 용어, 신 용어' 비교표 부분 인용

2.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 의학용어 검색 - https://term.kma.org/search/list.asp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8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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