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에 관한 이야기가 넘칩니다. 이 말, 어렵습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에이아이. 인공지능)로도 이미 버거운데, 소버린(Sovereign)이라니요.
영어 단어 소버린은 명사 앞에 놓여 '주권의 ∼', '주권이 있는 ∼', '자주적인 ∼'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주권 국가, 주권 국민, 주권 권력 하는 식입니다. 소버린 AI는 특정 주권 국가나 기업이 자력으로 구축하여 운용하는 인공지능 체계를 말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정보와 기술의 종속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독립을 강조하는 흐름으로도 이해합니다.
국립국어원은 '다듬은 말'에서 소버린 AI를 [자국 인공 지능]으로 다듬었다고 밝힙니다. '소버린 에이아이(AI)(←자국 인공 지능)는 각 나라가 자체적으로 갖춘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만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에이아이(AI)를 말한다'를 용례로 제시하면서요. 인공 지능은 여기서는 띄어 썼지만, 붙여 써도 되는 낱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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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투 용어, 무분별한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 등을 '다듬은 말' 대상으로 삼는다고 설명합니다. 외부의 새말 모임 위원들과 회의하여 후보를 정한 뒤 국민 수용도 조사를 통해 후보 중 적절한 말을 고른다고 하네요.
수용도가 애초 낮았을까요? 다듬은 말이 널리 쓰이진 않네요. 소버린 AI, 소버린(주권) AI, 국가 AI라는 표기가 여전합니다. 소버린 AI를 쓰고 나서 '한국 주도로 ...', '특정 국가가 독립적으로 ...' 하는 내용을 부연하거나 소버린 AI 앞에 'AI 주권을 강조하는' 같은 꾸밈말을 붙이기도 하고요.
무분별한 외국어로 보아 국립국어원은 다듬었을 겁니다. 새로운 문물이나 기술 등과 관련해서 외국어로 된 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적절한 우리말을 찾아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게 원칙이고요. 자칫 국어를 잊고 혼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말 다루는 주체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주권은 인공지능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소버린 에이아이' -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View.do?mn_id=158&imprv_refine_seq=21187&pageIndex=1
2. 연합뉴스 산업 부문 기사 "제조업 강국 韓, 관련 데이터 많지만 산업AI 표준화·연계부족"(송고 2025-06-09 11:00): 자국만의 데이터·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AI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을 말한다는 소버린 AI 정의 참조 - https://www.yna.co.kr/view/AKR20250609042900003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8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