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입니다. 목메어 불러봐도 형제는 답이 없습니다. 봄은 왔지만, 어디 그게 봄이겠습니까. 영, 봄 같지 않습니다. 예나 이제나 다를 게 있겠습니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목메어'로 활용된 [목메다]에 눈길이 갑니다. 기쁨이나 설움 따위의 감정이 북받쳐 솟아올라 그 기운이 목에 엉기어 막힌다는 뜻입니다. 목맺히다/목메이다, 안 됩니다. '목메다'를 기본형으로 새깁니다.
목메다를 만든 [메다]로 초점을 옮깁니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는다는 게 메다의 첫째 뜻입니다. 어깨에 배낭을 메다 / 총을 메고 다녔다 하는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뜻은 어떤 책임을 지거나 임무를 맡는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는 나라의 장래를 메고 나갈 사람이라는 예문을 사전은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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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어책에서 주의해야 할 동사 묶음의 단골로 나타나는 것이 메다/매다입니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는다 - 어깨의 '어'와 걸치다의 '걸'에서 '메'를 떠올립니다 - 는 의미가 아닌 자리에는 [매다]를 쓴다고 기억해두면 어떨까요? 메다냐 매다냐 둘 중 하나를 써야 할 경우에 말입니다.
끈이나 줄 따위의 두 끝을 엇걸고 잡아당기어 풀어지지 아니하게 마디를 만들고, 끈이나 줄 따위로 꿰매거나 동이거나 하여 무엇을 만들고, 끈이나 줄 따위를 몸에 두르거나 감아 잘 풀어지지 아니하게 마디를 만드는 것이 [매다]의 의미입니다. 신발끈을, 옷고름을, 넥타이를 매고 나무를 그네에 매고 빨랫줄을 처마 밑에 매고 전대를 허리에 매고 죄인을 형틀에 맵니다. 매듭의 '매'에서 매다를 연상합니다. 뭔가 엇걸고 당기고 꿰매고 동이고 두르고 하여 어딘가에 고정한다는 심상을 간직하면서요.
이렇게 하면 목매다도 목메다와 어렵지 않게 구별합니다. 죽거나 죽이려고 끈이나 줄 같은 것으로 높은 곳에 목을 걸어 매다는 것이나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두고 목맨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작문이 가능합니다. '빨리빨리'에 지나치게 목맬 필요 없습니다. 될 일은 끝내 되고야 마니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 전문 - https://music.bugs.co.kr/track/50148?wl_ref=list_tr_08_ab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9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