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및 탈모예방 화장품은 로레알과의 협력에서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국적 뷰티기업 로레알과 siRNA(짧은간섭 리보핵산)를 활용한 피부 모발 공동 연구 계약 체결을 9일 공시한 올릭스의 이동기 대표(사진)는 이날 이같이 밝혔다.
계약 공시 시점은 증시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7시 44분이다. 새로운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한 만큼 시장이 '호재'로 인식할 거란 예상과 달리 올릭스의 주가는 오후 1시 25분 기준 7% 이상 하락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로레알과의 계약이 주가에 이미 선반영 됐다는 시각과, 결과물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시각이 혼재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말 좋은 딜인데도,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며 “시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 보고 계약의 크기와 의미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능성 화장품을 넘는 확장형 구조라는 것이 올릭스 측의 설명이다. 이동기 대표는 “로레알이 이번 계약을 위해 글로벌 바이오텍 100여 개를 검토한 끝에 올릭스를 선택한 것만 봐도, 계약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크림, 샴푸 같은 화장품만 개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협력의 진짜 무게중심은 피부·모발 재생과 수명연장이라는 훨씬 넓은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를 감안하면, 올릭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OLX104C) 역시 협력 확대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릭스는 안드로겐성 탈모증을 유발하는 안드로겐 수용체(AR)의 발현을 억제하는 siRNA 기반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월 1회 국소투여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여성형 탈모까지 타깃이 가능한 저변 확대형 파이프라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후보물질은 이미 호주에서 1상 임상을 마치고, 현재 1b/2a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전임상 단계에서 탈모환자의 모낭 조직을 실험실에서 배양해 진행한 실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으며 동물실험에서도 발모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는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기반으로 후속 단계를 밟고 있다. 올릭스의 기술과 로레알의 제품화 역량이 맞물려 상승효과(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계약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선급금만 세 자릿수 억원대, 총 계약금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올릭스의 지난해 매출(57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년간에 걸친 연구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초기 성과에 따라 기술이전 계약 등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siRNA 기술을 활용한 탈모 치료 화장품, 또는 의약품 수준의 기능성 제품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이 많아 제품 형태나 적용 분야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번 계약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올릭스가 가진 RNA 플랫폼 기술의 가능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하는 첫 출발점”이라며 “향후 기술이전(L/O), 적응증 확대 등 후속 발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