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기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볼 수 없는 게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여러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경제와 교역뿐일까. 지구촌 연결망이 강화되는 요즘 중동으로 불리는 서아시아의 갈등이 동아시아 안보와 무관할 거라고 보는 건 단순하고 위험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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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미국과 핵협상 중이던 이란의 핵시설을 13일(현지시간) 전격 공습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스라엘 파괴 계획을 세운 것이 포착됐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최근 연립정부 붕괴 위기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이라는 외부의 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이스라엘이 이날 공습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2025.6.13 [이스라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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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계에선 피상적·감정적 틀을 제거하고 냉정히 본질을 이해하며 결과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본다면 아마겟돈의 칼을 빼 든 건 이란 핵 개발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베긴 독트린'을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이는 적국 핵 보유를 절대 불용하며 필요시 선제공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공식이다. 1981년 메나헴 베긴 총리가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공습하며 천명한 선제타격 원칙으로, "나중엔 늦으니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한다"로 요약된다. 이는 선제 핵 공격을 당했을 때 회복과 반격이 불가능한 중소국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설이 나오나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은 이 공식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스라엘이 행동에 나선 애초 계기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이 제공했다. 하마스 침공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복 정당성을 부여했고 자연스레 내부 결속이 강화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로부터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장기간 때를 노려왔다. 네타냐후가 국내 정치 입지 강화를 위해 극단적 상황을 조성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단편적이다. 일국 지도자를 단순 전쟁광으로 몰아가는 걸로 복잡한 국제 관계를 설명하긴 어렵다.
때를 기다리던 이스라엘에 미국 새 정부의 이란 핵 협상 교착은 인내에 한계를 초래했고 공격 명분도 쌓게 했다. 네타냐후는 단독 요격 계획을 알렸고 미국은 반대했으나 과거에도 그랬듯 결국 사실상 묵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이라면 어쩌면 이런 상황을 원했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충돌 이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이란이 자기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란을 향해 "아무것도 안 남기 전에"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내심 이스라엘과 모종의 역할 분담을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장기간 악순환을 거듭한 이란 핵 협상은 이스라엘에 미국의 실패로 끝난 대북 핵 협상의 교훈을 떠올리게 했을 거란 지적도 많다. 오랜 세월 시간을 낭비한 끝에 결국 북한은 핵 보유에 성공했고 투발 수단도 빠른 속도로 개량 중이다. 북핵은 '도발 → 제재와 협상 → 재도발'로 되풀이되는 논의 구조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세계사적 사례로 기록됐다. 중동의 섬인 이스라엘로선 '인내의 결과물은 생존 위협'이라는 자기 인식을 더 강화하는 타산지석이 된 셈이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이제 서로 물러서기 어려운 국면에 왔다. 이스라엘은 베긴 독트린에서 보듯 요즘 유행어로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에 들어갔다. 이란은 알려진 대로 이스라엘을 세계지도에서 없애야 할 나라로 공개 석상에서 반복 거론해왔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은 전황을 지켜보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계속 고민할 것이다. 만약 이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또 확대된다면 세계 안보 구도 역시 지각변동을 맞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무엇보다 동아시아의 화약고인 대만과 한반도 정세가 우려된다. 미국이라도 두 개의 전장을 모두 효율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견문이 적은 필부조차 이렇게 걱정되니 부디 우리 안보 전문가들이 냉철한 분석과 해법을 고민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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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7일 05시1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