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100m 한국 기록 보유자…"받은 것 돌려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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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 고승환, 이정태, 이재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3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스프린터이자 육상계 멘토였던 김국영(34·광주광역시청)이 4년 동안 '선수들의 대변인'으로 나선다.
대한체육회는 26일 "지난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를 실시한 하계종목 선수위원 선거 결과 13명의 후보 가운데 10명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선출 선수위원 10명 명단에 김국영의 이름도 포함됐다.
선수위원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의 권익 보호·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명예직'이다.
김국영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선수들이 진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동안 후배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조언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짜 목소리'를 대한체육회에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육상 선수들 사이에서 김국영은 좋은 멘토로 통했다.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러 곳에 건의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선수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김국영은 육상을 넘어 많은 종목 선수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국영은 "아직 개선되지 않은 문제들 때문에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경기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봤다"며 "누군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의 권유도 받아서 선수 위원 선거에 나섰고 선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를 얻었다. 육상뿐 아니라 많은 종목 선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출신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선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신다. 더 많은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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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국영(가운데)이 25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준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2021.6.25 [대한육상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김국영은 19세 때부터 육상 단거리 불모지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로 살아왔다.
그는 2010년 10월 7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을 기록, 고(故)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1979년 멕시코에서 세운 한국기록 10초34를 31년 만에 바꿔놨다.
그리고 준결선에서 10초23을 기록하며 포효했다. 새로운 한국기록이었다.
김국영은 2015년 7월 9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초16으로 달성하며 또다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2017년 6월 25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BS배에서는 10초13으로 자신의 한국 기록을 경신하더니, 이틀 뒤인 6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치른 코리아오픈 100m 결선에서는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세계선수권 본선 무대는 남자 100m와 계주 등에서 5차례 밟았고, 202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한국 남자 100m 역대 1∼7위(10초07∼10초16) 기록을 김국영이 홀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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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국영이 24일 경상북도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일반부 100m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김국영은 10초29로, 10초56의 오경수(33·안양시청)를 제치고 우승했다. 2020.7.24 [대한육상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김국영은 2024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2026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계획도 세웠다.
여전히 한국 남자 단거리 선수들은 김국영의 등을 보며 뛴다.
하지만, 김국영은 "남자 400m 계주에서 꾸준히 한국 신기록이 나온다. 좋은 후배들이 동시에 나와 홀가분하게 태극마크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2011년 5월(39초19)부터 2024년 6월(38초68)까지, 남자 400m 계주 한국 신기록이 나올 때는 늘 김국영이 에이스 역할을 했다.
김국영의 후예들은 올해 5월에 3번(5월 10일 38초56, 11일 38초51, 31일 38초49)이나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김국영은 "정말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남자 400m 계주 한국 신기록이 연이어 나오면서 마음의 짐도 덜었다"며 "후배들이 내가 후련하게 떠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정말 고맙다"라고 웃었다.
5월에 3차례 한국 기록을 세울 때 모두 3번 주자로 뛴 이재성(광주광역시청)은 "김국영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 그 덕에 한국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도 했다.
김국영은 국가대표팀, 소속팀에서 이재성에게 '3번 주자의 모든 것'을 전수했고, 이재성은 한국 신기록으로 보답했다.
김국영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다.
그는 "나는 한국 육상에 갚아야 할 게 많다. 국외 훈련 지원을 받고, 국제대회를 통해 경험도 쌓았다"며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한국 육상 발전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육상 지도자의 길을 걷기 전에, 시야를 넓힐 기회가 왔다.
4년 임기를 앞둔 김국영은 단기, 장기 계획을 모두 세우고 있다.
김국영은 "일단 국가대표가 훈련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고 싶다. '국가대표가 되면 정말 좋다'는 인식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며 "더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선수가 행복하게 운동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에는 선수들의 표정이 더 밝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6일 17시4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