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간 연예인, TV로 간 유튜버…경계 허물어진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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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서인영' 등 기성 연예인 유튜브 채널 화제

쯔양·덱스·빠니보틀 등 유튜버들은 방송 고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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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 콘텐츠 일부

['개과천선 서인영' 채널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TV 방송과 유튜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연예인과 유튜버의 활동 영역 '크로스오버'가 일상이 되고 있다.

TV를 틀면 유튜버들이 나오고, 유튜브에 접속하면 배우, 가수 등 기성 연예인들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배우, 가수 등 기성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은 단순히 '유튜브 생태계 교란', 혹은 '부업'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례는 지난 3월 가수 서인영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이다. 과거 욕설 논란 등으로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약 10년 만의 복귀 무대로 TV가 아닌 유튜브를 선택했다.

서인영 특유의 직설 화법과 소탈한 일상, 그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정면 돌파하는 '악플 읽기' 등 파격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해당 채널은 첫 영상을 올린 지 단 4일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실버버튼을 획득했다. 현재는 구독자 수 70만 명을 상회하며 서인영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하고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배우 이미숙, 그룹 소녀시대 효연 등도 TV 속에서 보여주던 정제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고현정·이민정·한가인 등 신비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들이 연달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배우 신세경·가수 강민경 등은 직접 기획 및 편집까지 도맡아 하며 유튜브 생태계 속에서 구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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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뜬뜬의 웹예능 '핑계고'에 출연한 전지현

[뜬뜬 채널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신규 음악 앨범이나 영화, 드라마 홍보를 위한 창구도 다각화됐다. 과거 '라디오스타'나 '런닝맨' 등 기존 방송 예능을 주로 찾던 톱스타들이 이제는 웹예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신보를 발매한 방탄소년단(BTS)은 컴백 직후 지상파 예능 대신 기안84의 '인생84', 정재형의 '요정식탁', 코미디언 이수지 등이 진행하는 '랑데뷰미용실' 등 유튜브 예능을 선택했다.

그동안 예능 출연이 극히 드물었던 배우 전지현 역시 최근 영화 '군체' 홍보를 위해 나영석 PD 사단의 '와글와글', 유재석이 진행하는 '핑계고' 등 웹예능에 등장, 유튜브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방송국 예능은 시청률 등의 부담으로 인해 출연진에게 검증된 포맷과 정형화된 역할만을 반복해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유튜브는 연출이나 이미지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고,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재능과 역량을 가볍게 실험해볼 수 있는 최적의 창구가 되기 때문에 연예인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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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쯔양몇끼' 포스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대로 TV 화면에는 유튜브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이른바 '크리에이터'들이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ENA는 1천3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의 첫 단독 예능인 '쯔양몇끼'를 새로 론칭했다. 국내 여행 유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빠니보틀은 자신의 여행 노하우와 취향을 살려 ENA '크레이지 투어', MBC '놀러코스터' 등 다수의 여행 예능에 고정 출연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공개된 서바이벌 예능 '노엑싯게임룸'을 직접 제작하는 등 채널과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밀리터리 유튜버로 활동하던 덱스는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2'부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tvN '언니네 산지직송'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에 출연하며 '연예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유튜브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던 궤도는 최근 각 방송사의 과학 토크쇼나 지식 예능의 단골 손님이 됐다.

업계에서는 방송사들이 수백만 구독자로부터 이미 '흥행 검증'이 끝난 유튜버들을 메인 MC나 고정 출연자로 섭외함으로써 이들의 구독자를 시청자로 흡수하는 한편,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해당 크리에이터들의 지식재산권(IP)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콘텐츠와 결합하는 상생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평론가는 "최근 방송가에서는 단순히 인기가 많은 유튜버를 영입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특정 포맷을 염두에 두고 이들과 함께 예능을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유튜버들이 각자의 채널에서 선보였던 콘텐츠나 아이템을 방송용 예능으로 확장하는 등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tvN '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 덱스와 김혜윤

tvN '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 덱스와 김혜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들에게도 방송으로의 영역 확장은 유튜브가 익숙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TV가 익숙한 중장년층에게도 인지도를 넓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유튜버와 연예인이 서로의 활동 무대를 바꿈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의 해묵은 공식이었던 '지상파 입성=성공'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본방 사수' 대신 '쇼츠'와 '알고리즘'이 대중의 취향을 설계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플랫폼 '역전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제작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예인의 유튜브 출연을 '부업'으로 여기고, 유튜버가 TV에 나오는 것을 '출세'라고 여기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TV 프로그램이 유튜버의 화제성과 아이디어에 편승하고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셀프 PR(홍보)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플랫폼 간의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만큼, 앞으로는 '어디에 나오느냐'보다 '누가 어떤 IP를 만들어내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gahye_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17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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