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 역시 완벽할 수는 없었다. ‘패륜 가족’의 등장 때문이었다. 2019년 순직한 여성 소방관의 생모가 30여 년 만에 나타나 유족보상금을 포함해 약 8000만 원을 수령한 일이 있었다. 평생 딸을 키운 아버지와 비슷한 액수였다. 생모는 이후 소방관의 아버지와 언니에게 소송을 당해 양육비 명목으로 7700만 원을 토해내야 했다. 이는 같은 해 벌어진 ‘구하라 생모 사건’과 함께 사회적 공분을 낳았고, 올 1월 ‘구하라법’을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패륜 가족의 상속을 막기 위해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라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3월 패러다임 변화가 하나 더 등장했다. 효도, 봉양 등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한 민법 개정이었다. 그리고 두 달 후 이를 근거로 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A 씨는 어머니를 27년간 모시는 동안 약 2억 원을 증여받았다. 그런데 2022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A 씨의 자매인 B 씨가 본인 몫 유류분을 주장했다. 이 소송 2심 재판부는 개정 전 민법을 적용해 A 씨에게 약 2600만 원을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개정된 민법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했다.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부양한 대가로 받은 돈은 유류분 정산에서 빼라는 의미다.
▷일본은 2019년 아예 ‘특별기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여분 인정 대상을 확대해 며느리나 사위의 병수발까지 ‘현금’으로 보상받도록 했다. 아픈 시부모를 오랫동안 간병한 며느리가 적정한 특별기여료를 청구하는 식이다. 가족들 간 간병 노동의 가치를 법적으로 보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상속을 받을 때 봉양 기여분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일본은 사후 청구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효도 프리미엄’의 개념은 유사하다.▷다만 ‘효’라는 전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유족들 간 다툼에서 ‘기여분’을 제대로 주장하려면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 둬야 한다는 게 법률가들의 조언이다. 부모 부양에 쓴 돈을 입증할 영수증이나 현금 이체 내역은 물론이고 병원 통원이나 간병 기록도 남겨둬야 소송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효도’라는 행위를 넘어 ‘효심’의 가치까지 인정받기에 법이란 틀은 여전히 냉정할 수밖에 없나 보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11
![[ET톡] 시험대에 오른 전남·광주통합](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20/news-p.v1.20260820.35f65a3d8c2a4d85942e02488400d882_P1.jpg)
![[팔면봉] 국회의장 “6·25 때 美 도서 기증 감사” 美 대사 “기증 아니라 대여”.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남북이 “두 국가”라는 中 외교, 중국·대만도 그렇게 불러도 되나](https://www.chosun.com/resizer/v2/XEQTXQIQ5FF2NEHZGQ6CEFCIVU.jpg?auth=11bb7f472110294287c9c21cd8bf287b28b81e711b0ed54ee894c3ec1f7e1136&smart=true&width=5095&height=3306)
![[사설] 민심 잃고 ‘징계 정치’, 몰락하는 정파가 가는 외길](https://www.chosun.com/resizer/v2/7YCTT27KYZB7LOKNWUG6DLTMXE.png?auth=f31ec67394a56f2f54d57a4a5f115c482ded4ad66ec6f9a0e3eb920de0a09598&smart=true&width=1600&height=900)
![[박정훈 칼럼] ‘어제의 이재명’과 싸우는 오늘의 추미애](https://www.chosun.com/resizer/v2/SNU6Z2T7D5FPFOV5RU7SQYCRGQ.png?auth=8706222c40791eea37121382644492ea5bb4f71a3903720bd1b454569f16705b&smart=true&width=1200&height=855)
![[전문기자의 窓] ‘조희대씨 물러나라’가 위험한 진짜 이유](https://www.chosun.com/resizer/v2/BOXDKYHBRFHYBFQG4XZA27GYIU.png?auth=a64a334a7502167153dd8aae050c20efcd204691b16bae330742f0d8111239a0&smart=true&width=500&height=500)
![[데스크에서] 정부가 자인한 종부세의 모순](https://www.chosun.com/resizer/v2/PVGR4FVFBBH7NN23I6HTCYRUJE.png?auth=61d835bae7d732a88a76737cdbfe1fde9f9e61a55d7a4afe14febffee0d6ee8e&smart=true&width=500&height=500)
![[테크 차이나] DeepSeek V4 Flash 1위… 중국 모델 강세 지속(OpenRouter 주간 AI 모델 사용량 순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06/news-p.v1.20260806.379c2eee15bb4be5b29d934a203a6106_Z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