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서 34년 만에 쾌거…"만족하지 않겠다"
"후배 이현지의 성장, 큰 힘…함께 훈련하니 외국 선수도 무섭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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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JF 홈페이지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선수로는 34년 만에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김하윤(25·안산시청)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무대까지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하윤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세계 최정상에 선 느낌을 묻는 말에 "아직은 얼떨떨하다"고 답한 뒤 "운동선수라면 큰 꿈을 품어야 하는데,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하윤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5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 이상급 결승에서 일본의 아라이 마오를 반칙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최중량급 정상에 오른 건 199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문지윤(72㎏ 이상급) 이후 34년 만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4 세계선수권 동메달,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 등 출전하는 메이저 국제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낸 김하윤은 한국 유도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이제 김하윤은 올림픽과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모으면 4대 메이저 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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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김하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그는 지난 2월 IJF 파리 그랜드슬램 경기 도중 오른쪽 갈비뼈 연골을 다쳤다.
대회 기간 통증을 느낀 김하윤은 귀국 후 병원 검진을 받았으나 부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연골이 찢어진 상태에서 훈련을 계속했다.
통증은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그는 대학 종합병원 정밀 검진을 다시 받은 뒤에야 연골 손상을 발견했다.
부상이 악화한 탓에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국내외 대회엔 출전하지 못했다.
김하윤은 "아직도 오른쪽 갈비뼈에 통증이 있는데, 조금 무뎌진 느낌이 들어서 꾹 참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김하윤은 왼쪽 하체, 오른쪽 상체 통증을 느끼면서도 세계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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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JF 홈페이지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우승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는 준준결승에서 최근 무섭게 성장한 대표팀 후배 이현지(남녕고)를 힘겹게 반칙승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인 프랑스의 로만 디코를 연장 접전 끝에 반칙승으로 눌렀다.
김하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현지와 준준결승에서 만나는 대진이 나와서 부담스러웠다"며 "누가 이기든 승리한 사람은 우승하고, 지면 패자전을 통해 동메달을 따자고 서로를 격려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김하윤은 이현지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현지는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김하윤은 "현지는 정말 대단한 후배"라며 "그동안 국내에선 같은 체급의 힘이 센 선수가 적어서 훈련하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현지가 성장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국제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을 만나면 힘에서 밀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제는 현지와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나서면 오히려 상대 선수들의 힘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더는 외국 선수들이 무섭지 않더라. 현지는 경쟁자가 아닌 서로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여고생 이현지는 지난해 3월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당시 세계랭킹 3위였던 쉬스옌(중국),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소네 아키라(일본)를 잇달아 꺾고 동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고 지난해 10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약 이 체급 최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현지는 처음으로 출전한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값진 성과를 냈다.
이현지와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하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만큼 컨디션 조절에 힘쓰면서 계속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하윤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급성 당뇨로 급격한 체중 감소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는 "이제는 괜찮다"며 "도쿄 올림픽 전의 몸무게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체중 문제를 빠른 움직임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정상에 선 김하윤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을 치른 뒤 22일 대표팀 동료들과 귀국한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0일 14시4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