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를 첨단산업으로 지정하고, 신약개발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약가보상체계 개편과 함께 위험분담계약(Risk Sharing Agreement, RSA)의 적용 확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RSA는 환자의 접근성과 보험재정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와 부담이 공존하는 구조다. 본 칼럼에서는 RSA 확대 적용에 따른 핵심 유의사항을 살펴본다.
성과기반환급형의 확산과 리스크 관리
최근 등재 신약 중 상당수가 성과기반환급형(Outcome-based reimbursement) 형태로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신약의 실질적 임상성과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가 일정 비용을 환급하는 구조다. 성과 미달성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환급금 산정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예컨대 환자 탈락, 추적 불가능 등의 상황을 성과 실패로 간주할 경우 의도치 않은 환급 리스크가 발생한다. 계약 체결 시 성과 기준, 측정 방식, 예외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평가 면제 신약과 RWE 부담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는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 등 임상적 필요성이 높고 임상 근거 생산이 어려운 약제, 또는 A8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캐나다) 국가 중 3개국 이상에서 급여 등재된 약제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가 면제되는 신약일지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등재 이후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RWD) 기반의 후속연구를 부가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 연구비용과 데이터 수집 부담을 추가로 부과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급여유지 또는 재계약 시 RWD를 분석하여 도출된 실사용 근거(Real World Evidence, RWE) 기반 성과 평가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초기 계약 단계부터 후속 연구계획 수립과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적응증 확대에 따른 약가 인하의 고민
면역항암제 등 일부 신약은 최초 허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응증이 확대된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약가 인하가 불가피해지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이는 실제 적응증별 비용효과성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 약가 조정이 이루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에 대비한 별도 약가 산정 메커니즘을 계약 조건에 포함하거나, 위험분담계약 자체를 적응증 단위로 설계하는 방식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계약 재평가와 중도해지에 대한 대비
RSA는 통상 5년의 계약 기간을 기준으로 체결되며, 이후 재평가를 통해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임상 성과의 변화,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계약이 조기에 해지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 해지 조건과 정산 방식이 명확하지 않으면 제약사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 중도해지 사유, 환급 정산 기준, 해지 시 후속 절차를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
경쟁약제 등재와 정보 노출 리스크
RSA 약제가 동일 적응증 또는 유사 효능을 지닌 경쟁약제의 등재심사에 참조되는 경우, 보건당국은 경쟁약제의 신청인에게 비밀유지 조건 하에 RSA 세부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가격 전략, 환급 구조 등의 민감한 정보가 사실상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RSA 체결 시 영업비밀 보호 조항을 구체화하고, 비공개 범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계약유형 다양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앞으로 정부는 위험분담계약의 적용 대상뿐만 아니라 계약유형 자체도 다양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환급형, 성과기반형 외에도 환자단위 환급, 유예기반 정산, 성과연계형 인센티브 구조 등 복합적 유형의 도입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는 내부적으로 약가전략팀, 법무팀, 후속 임상팀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신약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계약 설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 성과 예측 모델과 RWE 수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계약 재평가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사적 대응전략 수립 필요
위험분담계약은 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제도적 명분과 달리, 실제 계약 구조는 복잡하고 제약사에게 상당한 의무와 부담을 수반한다. RSA 확대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제약사는 단기 등재 전략뿐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과 예측, 재평가 대비, 계약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전사적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RSA는 더 이상 특수한 예외가 아닌 표준화된 접근방식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준비 수준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이다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 서울 고등법원 고법판사, 특허법원 제1호 고법판사를 역임했다. 오랜 재판실무경험을 통해 법적 분쟁의 공격방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톡스를 대리하여 17전 16승의 전무후무한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지식재산권 및 바이오헬스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