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 발표에…"SKT 탈출 기회" 경쟁사들 폭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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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SK텔레콤 매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 LG유플러스 대리점이 'SK탈출기회'라고 적힌 문구를 매장 전면에 내걸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5일 SK텔레콤 매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 LG유플러스 대리점이 'SK탈출기회'라고 적힌 문구를 매장 전면에 내걸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SK텔레콤이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 해킹 사태에 따른 번호이동 가입자의 위약금을 면제한다고 발표한 첫 주말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직영 대리점들이 '폭주'했다. 이들 대리점은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조치를 홍보하면서 번호이동을 종용하는 데 열을 올렸다. SK텔레콤 매장 바로 옆에서 'SK탈출기회'란 문구를 매장 전면에 내걸기도 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수습 방안으로 위약금 면제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 4월19일 이후부터 이달 14일까지 약정 기간 내에 자사 이동통신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에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한 것.

SK텔레콤이 지난 4일 위약금 면제 방침을 발표한 후 첫 주말 사이 KT·LG유플러스 직영 대리점들이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 LG유플러스 직영 대리점은 SK텔레콤 매장 바로 옆에서 'SK탈출기회'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고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외벽 전체를 'SK탈출기회'가 적힌 A4 용지로 덮었다. 대리점 입구엔 '통신사 변경 시 위약금 지원'이란 문구로 가득했다.

한 KT 직영 대리점도 매장 입구 전체를 'SKT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등의 내용으로 가득채웠다. '쓰던 폰 그대로, 무료로 KT로 오세요!'란 안내문도 매장 전면을 채웠는데 이는 KT 대리점들 사이에서 공유된 마케팅 이미지와도 일치했다.

지난 5일 KT의 한 대리점이 매장 입구에 'SKT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란 문구를 내걸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5일 KT의 한 대리점이 매장 입구에 'SKT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란 문구를 내걸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한 통신사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고객 대응 시나리오를 통해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 나중엔 내 인생이 털리는 것", "지금은 내 번호가 우리 아이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공포 마케팅'을 유도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고객 8만2043명을 유치했다.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8만7774명을 확보했다. SK텔레콤 이탈고객 확보를 위해 판매장려금을 대폭 늘린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 조치 당일 주가가 급락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 발표보다 앞서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증권가에서도 SK텔레콤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매출·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3.6%, 29.6%씩 낮춰 잡으면서 "지난 5월 SK텔레콤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40%를 밑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매 분기 실적 악화는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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