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수집에 수십만원 기꺼이…직전 월드컵 파니니 매출만 약 2조원
멕시코 도심 곳곳에는 수집가들 모인 직거래 장터도…평일에도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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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누구 찾으세요?" "전 메시를 구하러 왔습니다."
마치 특수 요원들의 은밀한 교신을 방불케 하는 이 대화는 다름 아닌 멕시코 과달라하라 도심 한복판, '파니니' 거래소에서 오가는 뜨거운 흥정 현장의 목소리다.
파니니는 무작위로 포장된 7장의 스티커를 뽑아 앨범 '파니니 북'을 채우는 월드컵 컬렉션이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월드컵 시즌을 알리는 상징적인 문화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파니니 북은 일반적으로 각국 축구협회 로고와 주요 엔트리 선수 18∼20명의 프로필 등으로 구성되는데, 올해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난 탓에 전체 빈칸 개수만 약 800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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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한 팩의 가격은 약 20페소(1천700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스티커가 무작위로 나오는 특성상 개인이 구매만으로 앨범을 끝까지 채우기는 매우 어렵다.
서로 중복된 카드를 맞교환하고, 애타게 찾는 선수를 구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 이처럼 거대한 거래소가 형성되는 이유다.
그중 하나인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중심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플라자 파트리아 1층 광장에는 평일 오후에도 100여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북적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바닥에 쭈그려 앉아 스티커 북을 펼쳐놓았고, 그 주변에는 본인이 갖지 못한 스티커를 혹여나 발견할세라 목을 빼고 기웃거리는 이들이 대여섯 명씩 무리를 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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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광장 곳곳에서 열띤 거래가 펼쳐지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권력자'는 에스컬레이터 앞 명당에 자리를 잡은 알렉사 살메론(21) 씨였다.
13살이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매 대회 파니니 앨범을 완성해 온 알렉사는 이미 이 바닥의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 기본 카드는 일찌감치 다 모았지만, 그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스페셜 카드'를 찾기 위해 집 근처인 이곳을 찾았다.
과달라하라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학생인 그는 이곳에서만큼은 노련한 사업가 같았다. 어린아이부터 부모뻘인 중년들까지 모두 그를 둘러싸고 거래를 청했다.
아예 알렉사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알렉스 토스타보(13) 군은 "우리 반 친구 31명 중 딱 1명 빼고 모두가 파니니 북을 갖고 있고, 심지어 선생님도 파니니를 모은다"며 "카드가 많을수록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 오늘 일찍부터 부모님과 나왔는데 아직 6장밖에 새로 구하지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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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파니니 수집은 비단 어린아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축구가 종교와도 같은 멕시코에서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이 문화에 열광한다.
전 세계적인 수집 열풍 덕에 시장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스티커를 독점 발행하는 이탈리아 기업 파니니 그룹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관련 상품으로만 7억2천만 달러(약 1조9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2026년과 2030년 월드컵 관련 상품으로는 각각 14억8천만 달러(약 2조500억원), 15억 달러의 막대한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성인 팬들은 스티커 수집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었다.
온라인 자동차 부품 판매 사업을 하는 사라 알바레스(29) 씨는 한 달 동안 5천페소(약 40만원)를 쏟아부어 파니니 북을 완성하기까지 단 6장만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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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그는 "원래는 주변 친구들과 서로 교환했는데, 이제 정말 몇 개 안 남아서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이곳에 왔다"며 "멕시코 전체가 파니니에 미쳐있어서 지방 소도시로 조금만 나가면 아예 스티커 팩 자체가 동나 구하지 못할 정도"라고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건축가 라파엘 토랄바(52) 씨 역시 평일인 금요일 오후부터 귀중한 시간을 내어 거래소를 찾았다.
그는 "젊은 친구들처럼 빠르지 못해서 책을 다 채우려면 앞으로 몇 주는 더 걸릴 것 같다"면서도,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게 이곳에서는 화폐처럼 쓰이는 귀중한 황희찬 스티커를 손에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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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4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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