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900만원에 쓰는 '연구 AI'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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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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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빅테크의 경쟁이 연구용 AI 분야로 옮겨 가고 있다. 오픈AI는 박사급 연구를 지원하는 고급형 에이전트를 월 2만달러(약 2900만원)에 출시하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구글은 과학연구를 지원하는 AI에이전트 ‘공동 과학자’(co-scientist)를 공개했다. 퍼플렉시티, xAI 등도 잇달아 연구용 AI를 내놓고 있다.

◇빅테크 AI 경쟁 ‘연구용’으로 옮겨간다

월 2900만원에 쓰는 '연구 AI' 나온다

미국 테크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저가형부터 연구용 고급형까지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월 2000달러에서 2만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오픈AI 경영진이 일부 투자자에게 이 같은 계획을 언급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공개된 가격 전략에 따르면 ‘고소득 지식 노동자’용 저가형 에이전트는 월 2000달러,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중급 에이전트는 월 1만달러, 박사급 연구를 지원하는 고급형 에이전트는 월 2만달러다.

오픈AI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에이전트를 테스트 중이다. 최근 챗GPT를 활용해 영업 리드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이는 저가형 에이전트 적용 사례다. 지난 1월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위한 코딩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중급형 에이전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AI 모델을 통해 진행 중인 핵융합 관련 연구는 고급형 에이전트가 수행할 역할과 유사하다.

구글도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AI 에이전트 ‘공동 과학자’를 공개했다. AI가 가설을 생성하고 이를 AI가 만든 가상의 에이전트가 검토해 최적의 연구 방향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인간 연구자가 여기에 ‘피드백’을 주면 AI는 이를 반영해 구체적인 실험 전략까지 도출해준다. 구글은 “자료 요약과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제 연구 과정에 AI가 직접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사전 테스트 결과 이 AI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이 수년에 걸쳐 연구한 것과 동일한 가설을 단 며칠 만에 내놨다.

퍼플렉시티, xAI 등 굴지의 AI 기업도 잇달아 연구용 AI를 내놓고 있다. 사용 후기는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케빈 브라이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B급 저널이라면 AI가 하루 걸려 작성한 논문을 제출해도 게재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연구자 커뮤니티에선 오픈AI의 연구 AI 딥리서치를 이용해 논문을 완성하고 학술지 게재를 신청했다는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연구용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최소 3분에서 최대 수시간 추론 과정을 거친 뒤 답을 내놓는다. 연구의 목적이나 집중 분야 등 연구 방향을 연구자와 소통하며 수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AI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쇼크가 저가 모델 경쟁을 촉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부가가치 모델로 경쟁 양상이 넘어가고 있다”며 “다른 빅테크도 돈이 되는 연구 AI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 패러다임 바뀌나

빅테크가 앞다퉈 연구용 AI를 내놓자 박사급 인력을 다수 투입하는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학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수명 연장 등 ‘인류의 난제’를 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도 나온다. 구글의 ‘공동 과학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도출한 유전자 분석 가설을 단 며칠 만에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급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 실험에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후속 실험을 한 결과 AI가 추천한 약물이 실제로 암세포 생존율을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픈AI의 딥리서치는 박사급 연구원이 몇 주 동안 쓴 논문용 리서치를 8분 만에 마쳤다. 연구 AI가 제시한 가설이 참신성과 실용성 평가에서 기존 연구보다 더 높은 창의성과 정확도 점수를 따내기도 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연구원들의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직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고, 비공개 논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연구용 AI의 한계다. 초급 연구자들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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