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권력 양날의 칼 '패가망신', 이번에는 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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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청탁하면 패가망신"…'봉하대군' 친인척 비리로 곤욕

윤석열 "대권 도전은 패가망신의 길"…파면·기소될 운명 예언?

李 "주식 장난치면 패가망신"…내부단속용 구체적 메시지 필요

이미지 확대 "인사청탁 걸리면 패가망신" 결의

"인사청탁 걸리면 패가망신" 결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당직자들이 26일 오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서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고 강조한 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결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조보희/정치/ 2002.12.26 (양평=연합뉴스) jobo@yna.co.kr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패가망신'(敗家亡身)은 우리나라에서 정치 지도자가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할 때 단골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 말로 국민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이는 노무현일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노무현은 "인사와 이권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고 경고했다. 그의 엄포는 자신에게 돌아온 부메랑이 됐다. 측근도 아닌 친인척이 말썽을 일으켰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친형 건평 씨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사장직 유임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모든 건 봉하대군(노건평)으로 통한다"는 지라시가 사실로 드러난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남 전 사장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이 배우신 분이 보잘것없는 사람 앞에서 굽실굽실한다"라는 대통령의 '남 탓' 기자회견을 보고 수치스러워 한강에 몸을 던진 것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은어였던 '내로남불'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하며 정치권의 공식 용어로 정착한 계기가 됐다.

이미지 확대  "대통령직 도전은 패가망신의 길"

"대통령직 도전은 패가망신의 길"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8.2
toadboy@yna.co.kr

바로 직전 대통령 윤석열도 '패가망신'을 입에 올렸다가 망신당한 케이스다. '조국 수사'로 문재인 정권과 갈라선 뒤 보수 대권주자로 나선 그는 2021년 8월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검찰총장을 퇴임할 때까지만 해도 갖지 못했다"며 "불행한 일이고 패가망신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권이 가문의 영광이고 개인의 광영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검사의 숙명으로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도 해봤지만, 그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패가망신과 사법처리, 국가적 불행을 각오하고 우국충정으로 대선에 뛰어들었다는 말인데, 결과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맞힌 예언이 됐다.

이미지 확대 "증시에서 장난 치면 패가망신한다"

"증시에서 장난 치면 패가망신한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했다. 대선후보 시절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개미지옥을 경험한 피해자의 심정으로 증시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덕분에 취임 후 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코스피 3천 돌파가 가시권에 들었다.

이왕에 대통령이 직접 측근들과 여권을 향해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란 메시지를 띄워봄이 어떤가. 개미를 가지고 노는 정치 테마주 세력을 패가망신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j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2일 12시1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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