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완역 김헌 교수 "3천년 전 고전의 힘은 질문하는 힘"

2 weeks ago 12

22년 걸려 원전 번역…"AI시대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닌 질문""호메로스 서사시 최대한 그대로"…'횡격막' 등 원문 생생함 살려"놀런 감독에 경의…'오디세이' 덕분에 고전에 대한 관심 커져" 이미지 확대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을유문화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요즘 한국에서 가장 바쁜 서양 고전학자를 꼽자면 김헌(61)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이 고전 읽기 열풍으로 이어지며, 고전학자의 역할도 새삼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세이'와 관련한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 강의 요청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 교수를 25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최근 을유문화사에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완역해 펴냈다. '오뒷세이아'는 1만2천110행으로 이뤄진 말 그대로 대서사시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뒷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김 교수가 출판사의 제안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번역을 맡은 것은 2004년. 그 후로 '오뒷세이아'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무려 22년이 걸렸다. 대학 강의와 연구 프로젝트 탓에 오롯이 번역에만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데다 때론 '이게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인가'라는 회의와 절망감도 들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번역의 원칙을 만들어내기까지 22년이 걸렸다는 생각도 든다"고 그는 번역 과정을 돌아봤다. 처음엔 쉽고 재미있는 번역을 추구했다가도, 기존 번역본과 다를 게 없다면 왜 굳이 책을 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고, 그러다 새로운 원칙을 세우면 지금까지 했던 번역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됐다. 이런 과정 끝에 그가 세운 가장 큰 원칙은 고대 그리스어로 된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최대한 그대로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특히 서사시의 음악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어순과 행수를 최대한 맞춰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호메로스의 의도에 따라 고유한 운율에 맞춰 단어를 배치하다 보니 김헌판 '오뒷세이아'에서는 일반적 어순을 벗어난 도치된 문장이 자주 보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잔치 손님들이 들어왔다, 신적인 왕의 집으로./ 그들은 데려왔다, 가축들을, 가져왔다, 남자에게 좋은 포도주를./ 빵을 그들에게 아름다운 면사포 두른 아내들이 보내왔다."(4권 621...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