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상민은 예외였다. 이상민은 최 감독의 속을 한 번도 썩이지 않았다. 그만큼 농구를 잘했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그런데 4학년 때 딱 한 번 최 감독은 이상민에게 손을 댔다. 뭘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당시 주장이던 이상민을 본보기 삼아 후배 선수들의 기강을 잡으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지시하기보다 듣는 리더
최고의 선수였던 이상민은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감독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그가 이끈 KCC는 지난달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소노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6위 팀 사상 첫 챔프전 우승이었다. 이 감독 역시 프로농구 최초로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새 역사를 썼다.
감독 이상민은 최희암보다는 안준호의 길을 택했다. 지시하기보다는 듣고자 했다. 선수를 혼낼 일이 있어도 꾹 참았다가 따로 불러서 설득했다. 이런 이 감독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소통하는 감독’이라고 옹호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선수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감독 역시 “결과적으로 우승했기에 망정이지 우승을 놓쳤다면 선수들에게 휘둘리는 감독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소통 리더십을 통해 그는 최 감독도 해보지 못한 프로농구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명장은 좋은 선수들이 만든다
이 감독은 KCC 지휘봉을 잡기 전에 8시즌 동안 삼성 감독직을 수행했다.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삼성 감독 시절 이상민은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두 번밖에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감독이었다”고 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선수 구성이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KCC에서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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