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무총장 주장대로 민주당 지역구·비례 후보 3192명 중 2294명(72%)이 당선된 ‘양적 성공’에 코스피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많은 투자자가 수익을 냈다. 주가 상승은 정부 여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숫자가 목표 되면 유혹 커진다
코스피가 오른 게 정부 성과라고 한다면, 향후 조정 국면이 올 때 남 탓을 하긴 어렵다. 이럴 때 정부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주가를 높여야 지지율이 오를 것 같다고 판단해 주가지수를 자칫 국정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선거 캠페인 슬로건으로 코스피를 언급하는 것과, 정부가 코스피 상승을 목표로 삼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부가 주가 상승을 1호 성과로 내세웠으니, 국민은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주가 조정도 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전망,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정세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국민은 그렇게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주가 상승을 정부의 성과로 홍보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가를 자신들의 성과로 홍보할수록, 주가 조정 국면에서 압박도 함께 커진다. 이 과정에서 자칫 정부 경제 정책의 목적이 체질 개선이 아닌 주가지수 방어, 증시 부양으로 변질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낡은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 자본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며 불투명한 경영 관행을 고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은 이런 흐름과 맥을 함께하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지수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숫자를 목표로 삼기 시작하면 정책을 수립하면서 지수를 의식하게 된다. 단기 부양책을 동원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미루려고 하기 쉽다. 과거 코스피가 떨어지고 경제 위기가 올 때 정부는 증시안정기금 등을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섰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는 역할은 했지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기업 경쟁력과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다.기업 저평가 요인 줄이고 신뢰 높여야
증시는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이 왜곡돼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거울 속 숫자 자체를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 기업의 저평가 요인을 줄이고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본래 목적이기도 하다.
자칫 주가가 정책 목표로 변질되기 시작하면 시장은 왜곡되고 정책은 흔들린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코스피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다.
이상훈 경제부장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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