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수정]정치에 갇힌 14년 마트 규제, 이젠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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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장

신수정 산업2부장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영업 실적 악화로 지난해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슈퍼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한 데 이어 마트 부문도 매각을 진행 중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126개에 달했던 매장은 67개로, 2만 명에 가까웠던 직원 수는 9000여 명으로 줄었다. 홈플러스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하고 부실한 경영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난 14년간 대형마트의 손과 발을 묶어 놓은 ‘유통산업발전법’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도입된 이 법은 대형마트의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업 제한시간에는 매장을 활용한 새벽배송도 할 수 없다.

온라인 60.3% vs 대형마트 7.9%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도입 취지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에 영업 중인 전통시장·상점가 1853곳의 하루 평균 고객 수는 2019년 5413명에서 2024년 3703명으로 30%가량 감소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규제에도 전통시장 방문객 감소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역에서 전통시장 매출 감소세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트 인근 상권 매출이 최대 17∼25%까지 증가하는 ‘집객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국내 유통시장 구조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되던 시기와 크게 달라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6.5%에서 2024년 50.6%, 올해 4월에는 60.3%로 역대 최대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비중은 17.9%에서 11.9%, 올해는 7.9%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유통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상실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2022년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규제 완화 1호’ 과제로 제시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됐다.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10년 넘게 규제를 해왔지만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통시장 방문객은 감소세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도 많다. 한국유통학회가 최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산업 인식 조사’ 결과 대형마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9.8%로, ‘공감한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해 10일 “시장은 변했고 소비자의 행동 방식은 진화했으며, 유통 환경은 10여 년 전과 전혀 달라졌다”며 “이런 방식의 의무휴업 규제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외적 제도로, 효과마저 불분명하다면 재검토 이유는 충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초 당정청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제한을 풀거나 의무휴업 규제를 자율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정 움직임이 주춤했지만 선거도 끝난 만큼 국회가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14년간 이어져 온 대형마트 규제를 올해는 꼭 개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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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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