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인허가와 착공 물량
이미 서울에서는 공급 부족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전년 3만7103가구 대비 26.9% 감소한다. 내년에는 1만7197가구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이 부족한 건 아파트만이 아니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소형주택 인허가는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올해 서울의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447실에 그친다. 지난해 4156실 대비 65%나 줄어든 물량이다. 1999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가뭄을 해결해야 할 정부 대책들이 현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수도권 내에 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야심 차게 발표한 ‘1·29 주택 공급대책’이 나온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나 과천 경마장, 태릉 골프장 등 핵심 사업지들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으로 진척이 없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주민 반발이나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명분으로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국회도 선거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공급 대책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정치권에 요청했다. 정부의 공급 활성화 관련 정책 발표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이 미뤄지며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대책이 사실상 멈춰 있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은 심상치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5489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올들어 분양에 나선 서울 강북의 대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8억 원을 넘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12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아파트값이 올랐다. 부동산원 측은 “일부 지역에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와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며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시장이 믿는 건 입주 물량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숫자가 담긴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면서 공급을 현실화하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다. 정부는 국유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통해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한 심리를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보다 빠른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과 함께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주택 공급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실제 입주 물량으로 보여 줘야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다.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지자체와의 갈등을 조정할 정책 동력을 회복해 공급 로드맵을 하루빨리 현실화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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