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논설위원 40년 전 영국에선 형사사법 제도의 거대한 실험이 벌어졌다. 당시 영국 경찰은 무소불위 권력이었다. 수사와 기소를 모두 독점했다. 강압 수사 같은 폐해가 많았다. 그런 경찰에게서 기소권을 박탈한 해가 1986년이다. 왕립기소청을 만들어 검사들에게 기소를 맡겼다. 우리가 검찰개혁에 나선 배경과 비슷하다. 우리는 검사에게 편중된 힘을 경찰로 분산시켰다. 영국과 반대지만 여전히 공통점이 있다. 영국이 150년 넘게 이어진 경찰 중심의 판을 흔들었듯, 우리 역시 72년 만에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앴다. 영국 못지않은 거대 ‘실험’이다.英 5~10년마다 전문가 조사-후속 입법 이런 변화에 찬성하는 쪽에선 수사-기소 분리의 선진 사례로 영국을 꼽는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제도를 바꾼 뒤 40년 동안 지속된 유지 보수의 역사다. 영국은 경찰의 기소권을 검사에게 넘기는 ‘재건축’을 한 뒤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5∼10년 단위로 ‘리모델링’을 거듭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1986년 새 제도가 도입될 때 영국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사건 지연, 책임 핑퐁, 처벌 공백이 생길 거란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현실화됐다. 흥미로운 건 영국의 대응이다. 중립적인 원로 법률가를 ‘변화 감독관’으로 임명해 실무자들과 대책을 찾도록 했다. 나레이(Narey·1997년), 글라이드웰(Glidewell·1998년), 올드(Auld·2001년), 레브슨(Leveson·2015년) 보고서가 그렇게 나왔다. 이들의 진단은 매서웠다. “검사는 경찰의 수사 부실을 비판하고, 경찰은 검사의 잦은 보완요구로 수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서로를 탓한다.(글라이드웰)” “각 기관이 갈라파고스처럼 동떨어져 있고, 누구도 사법 서비스의 질에 책임지지 않는다.(올드)” “비효율이 재판 시스템을 좀먹고 있다.(레브슨)” 이런 권고는 곧 보완 입법으로 이어졌다. 수사 초기부터 협업하도록 검사의 경찰서 상주, ‘조기 조언’ 제도가 도입된 게 대표적이다. 재판 지연을 줄이기 위해 단독 판사 재판과 원격 재판도 확대됐다. 검경의 사건 처리를 외부에서 감시할 왕립기소청 감찰단(HMCPSI), 경찰·소방감찰단(HMICFRS)도 만들어졌다. 두 기관은 합동감사를 통해 부실한 수사와 기소가 있었는지, 누구 책임인지를 조사한다. 이런 제도를 무작정 따라서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영국처럼 유연한 교정 ...
[오늘과 내일/신광영]형사사법 판 바꾸는데 영국 40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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