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설득해 유튜버 신원 기어이 확인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의 운영자 박모 씨(37)는 그렇게 번 돈으로 집을 샀다. 걸그룹 가수 장원영 씨 등 연예인들 사생활에 대한 허위 악소문을 내고 인성, 외모를 모욕하는 방송을 2년 넘게 하면서 그가 번 수익은 드러난 것만 2억 원이 넘는다. 조회수 수익 외에, 월 회비가 최대 60만 원인 유료 회원까지 모집했다. 박 씨는 피해자들의 공개 경고에도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듯 얼굴을 가리고 방송을 계속했다. 구글이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 자신했던 모양인데 헛된 믿음이었다.
장 씨 측 변호사의 추적은 집요했다. 구글을 열어젖힐 방법을 찾다가 미 법원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게 됐다. 재판 전 소송 당사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절차인데 사건 관련 제3자에게도 정보 요청이 가능했다. 이를 근거로 구글에 박 씨의 신상정보를 요구하자 미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준 것이다. 처음엔 IP 주소만 던져주던 구글과 몇 차례 줄다리기를 하며 이름과 주소를 받아냈다. 이마저 허위 정보가 아닐지 조마조마했지만 주민등록초본까지 확인한 끝에 박 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지난해 법정에 나타난 박 씨는 온몸을 검은 옷과 모자로 꽁꽁 가리고 마스크까지 쓰고 왔다. 카메라 세례에 대비해 우산까지 챙겨 들었다. 피해자들의 사생활은 거짓으로 버무려 퍼트리더니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어떻게든 지키려 했다. 그는 판사 앞에서 “대중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방송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인터넷 댓글 등에서 본 내용을 사실인 줄 알고 말한 것일 뿐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인격 살인을 하며 거액을 벌어 온 그가 알권리와 공익을 운운하는 것이 법원에서 통할 리 없었다.
“알권리 목적” 변명했지만 결국 패가망신
형사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그는 최근 민사재판에서도 장 씨와 소속사에 각각 5000만 원을 배상하란 판결을 받았다. 범죄 수익금 2억여 원은 추징됐고, 그가 사들였던 부동산도 가압류에 걸렸다. 장 씨 외에 다른 연예인이 피해자인 재판도 줄줄이 진행 중이어서 그가 유튜브로 번 수익을 토해 내는 건 물론, 추가로 수억 원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탈덕수용소 사건은 악성 유튜버들의 범죄 생태계에 균열을 낸 첫 사례다. 이를 계기로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혐오 장사를 해온 ‘뻑가’ 등 다른 유튜버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신원이 특정돼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유명인을 주로 노리는 이런 명예훼손 가해자들을 패가망신 수준으로 단죄해야 일반인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신종 범죄가 늘고 있긴 하지만 얼마 전 텔레그램이 수사기관에 범죄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듯 가해자들이 숨을 곳도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어도 피해자들이 용기 내 싸워 볼 만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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