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서영아]‘지방소멸’ 충격 그후 10년…“여전히 마지막 기회”

6 hours ago 3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국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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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이 사라진다.’ 이런 내용의 ‘마스다 보고서’가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게 2014년 일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의 대도시 유출로 지방이 쇠퇴해 행정체계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경고였다.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74) 전 도쿄대 교수는 그런 점에서 ‘지방소멸’이란 용어의 창시자였다.

10년 뒤인 지난해 말, 후속 보고서가 나왔다. 이번엔 인구전략회의(의장 미무라 아키오 일본제철 명예회장·85·마스다 전 교수는 부의장) 명의로 낸 보고서에서 이들은 ‘지난 10년간 들인 노력에도 인구 감소를 멈추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인구 감소 사회에선 민주주의도 흔들려’

인구전략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 위기 지자체는 10년 전보다 약간(896개→744개) 줄었다. 그러나 큰 의미는 없다고 마스다 전 교수는 말한다. 출산율 추세는 변함없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지자체끼리의 인구 쟁탈전 결과라는 것. 대도시가 주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도 여전했다.

10년 전 보고서는 당시 1.4인 합계출산율을 1.8까지 끌어올려 2100년 인구 9000만 명대를 유지할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1.20(2023년)으로 떨어졌고 2100년 추계 인구는 6300만 명 선에 머물고 있다.

인구 감소가 가져올 문제들 가운데 ‘인구감소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도 흔들린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민주주의에는 ‘동시대인들과 중장기적으로 이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암묵적 합의가 전제되는데, 미래가 불확실하고 시스템의 지속 여부를 알 수 없다면 아무도 손해 보려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져 갈등이 커지고 민주주의는 훼손된다.

요즘 한국 청년들이 결혼 출산 연금 등에 대해 보이는 냉소적 태도의 배경에도 유사한 불신이 깔려 있는 듯하다.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아이를 낳고 길러 봤자 나만 손해”라거나 “연금 열심히 내 봤자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이 그렇다. 도처에서 계층과 세대, 지역, 성별로 갈라져 싸우는 배경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지방 소멸 방지, “지금이 마지막 기회”

인구전략회의는 새로운 인구 비전으로 ‘2100년 8000만 사회’를 목표로 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률을 담보하려면 이 정도 규모는 갖춰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최소한 5년 내에는 출산율을 점차 두 배까지 올리는 움직임이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마스다 전 교수와 미무라 의장은 입을 모아 “지금이 미래를 선택할 마지막 기회”라고 외친다.

이분들이 자신은 살아 있지도 않을 2100년을 기약하는 모습에서는 기성세대의 책임감과 걱정이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결국 출산과 육아를 맡을 당사자는 적령기 청장년이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학자들은 ‘세대별 선거구제’ 아이디어마저 내놓고 있다. 선거구를 나눌 때 지역이 아니라 세대별로 잘라 각 세대 대표들을 의회로 보내자는 것. 예컨대 20대가 60대보다 머릿수는 적겠지만 대표성을 위임받은 인원의 의회 진출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입시나 채용에서 성별, 인종별 쿼터제가 적용되듯 세대 쿼터제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인구 감소, 고령화에 관한 한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학습 사례였다. 그런데 출산율은 좀 다르다. 한국 합계출산율이 1970년 4.53에서 지난해 0.74까지 수직낙하하는 동안 일본은 2.1에서 1.20으로 떨어진 정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1989년 ‘1.57 쇼크’부터 시작해 2023년 도쿄의 ‘0.99 쇼크’ 등 새로운 숫자가 나올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한국의 ‘0’대 출산율은 ‘집단자살 사회’(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일본만큼의 위기의식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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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국장급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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