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으로 복잡한 국정 운영 어려워
한 경기도 출신 인사는 “이재명의 사람이 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충성심이라고 했다. 배신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할 충직한 사람이다. 둘째는 나이다. 이 대통령은 일할 때는 원로나 선배를 예우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대체로 자신보다 젊은 인사를 중용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세력화를 하지 않을 인물이다. 이 대통령이 첫 인사에서 동갑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열한 살 젊은 1970년대생 강훈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이 능력보다 충직을 우선시한 건 자신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을 거친, 실무와 현장에 밝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설령 대통령 생각이 그렇지 않더라도 밖에서 이렇게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꼬이고 충성 경쟁하는 인물로 주변이 채워질 수 있다. 동질 집단에서 일어나는 ‘집단사고’ 오류는 흔한 의사 결정 실패 원인이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곁에 많아질수록 경계해야 한다.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면 쓰겠다”고 했다. 2번째 인선 기준인 유능함의 조건은 과거에서 배울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칭찬한 유능한 참모의 조건은 제한된 자원으로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는 문제해결 역량이었다. 2019년 별세한 오원철 전 대통령경제제2수석비서관은 생전 인터뷰에서 “참모들은 대통령이 요구하는 답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며 “머리 좋다는 대통령의 칭찬 한마디를 들으려고 늘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오 전 수석은 돼지콜레라가 발병해 돼지고기 수출길이 막히자 고기로 독일처럼 햄과 소시지를 만들고 가죽으로 군화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박 전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터널 내부에 붙은 시커먼 매연을 없앨 방법을 묻자, 닦기 쉽게 타일을 벽에 붙이자는 대책을 내놨다. 터널 타일벽이 그때 생겼다. 중화학공업 육성 과정에서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일자리가 부족한 여성 인력을 투입해 해결했다.
2025년 국정은 그때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야 한다고 해도 한국 수출기업과 일자리는 지켜야 한다. ‘제로 성장’ 위기를 벗어나려 재정을 풀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국가 부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수도권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방 경제를 키워야 하고, 청년 부담을 덜면서 노년 소득을 보장하는 연금개혁도 해야 한다. 건설 경기를 살리면서 부동산 과열은 피하고,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되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은 막아야 한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주주가치를 보호하더라도 기업가치 훼손은 없어야 한다. 모두 반목과 갈등이 예상되는 난제들이다.서생-상인 넘어 장인의 문제해결력으로유능한 대통령도 홀로 나라를 이끌 순 없다. 김밥 한 줄 놓고 촌각을 다투는 회의를 해도 365일 해법을 고민하는 참모들의 열정과 문제해결 역량이 없으면 말짱 헛일이다. 특히 경제와 금융, 산업기술이 패권 경쟁의 무기가 되는 지경학 시대를 살아가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에 박 전 대통령이 칭찬한 ‘장인의 문제해결력’까지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갖춘 참모와 각료, 공공기관 책임자를 찾아내는 일이 국민에게 충직한 인선이다.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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