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한때 멀찌감치 따돌렸다고 생각했던 글로벌 경쟁자들이 인공지능(AI)발 호황 덕에 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실탄 넉넉히 채운 경쟁자들의 반격
시계를 십수 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2006년 이후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수요 부진에 D램 가격이 폭락했고, 반도체 기업들은 줄줄이 적자를 냈다. 1990년대 후반의 ‘1차 불황’, 2000년대 초반의 ‘2차 불황’을 겪으면서 7∼8개로 압축됐던 메모리반도체 기업 사이에서 또다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쟁자들을 낙오시키려는 ‘치킨게임’도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때의 경쟁을 “얼음판 위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몸싸움”에 비견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2009년 독일 키몬다가 백기를 들었고, 2012년에는 세계 3위였던 일본 엘피다가 무너졌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AI 붐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초대형 변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차치하고서라도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1년 만에 10배 이상씩 뛰다 보니 중하위권 기업들도 떼돈을 벌게 됐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잠룡들이 다시 꿈틀댈 힘을 얻었고, 10여 년 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에서도 경쟁자들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삼성과 SK가 생산 규모와 미세 공정 기술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막대한 실탄을 무기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면전이 펼쳐질 수 있다.
전리품에만 눈독 들이고 있는 한국
반도체는 이미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한 산업이 됐다. 미국 정부가 관세 카드를 휘둘러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인텔 지분 10%를 직접 사들인 게 그 때문이다. 일본에선 도요타, 소니 등 8개 대기업이 출자한 리피더스가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반격이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5 days ago
4
![[토요칼럼] 탈모와 도수치료 논쟁이 남긴 숙제](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바로잡습니다] 6월 29일 자 A2면 ‘3년전 환경부 “영산강 물 부족, 여수산단 공급도 우려”’ 기사의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올해 157조 주식 판 외국인, ‘반도체 경고음’도 대비해야](https://www.chosun.com/resizer/v2/VS5G6KGOBRJH5H7CNQUX4ZJBDM.jpg?auth=b0c630e2d0b42d27ab9b0d84aeac24a096e6f8ae3a1e99990d111439a2fbf454&smart=true&width=5468&height=3212)
![[사설] 검·경이 서로 견제해야 하는 이유 보여준 ‘광주 여고생 피살’](https://www.chosun.com/resizer/v2/GVRDKZJYHA4GKZJUMVSWMODBGI.jpg?auth=2cd725682d366c5b9159cc774dbbeecb1116bcd1eef211ef1389f11ff74f0d99&smart=true&width=2496&height=1712)
![[사설] 한 달 만에 지방선거 전으로 돌아간 국힘 지지율](https://www.chosun.com/resizer/v2/G5QTOYJSMY3TCM3EGNSTGZJUHE.jpg?auth=1f97a6ad5f2520259961812018239f2cc0022e6b81bdf37f027a07f624e5de4f&smart=true&width=5294&height=2637)
![[강천석 칼럼] 호남 반도체, 정책 壽命 5년 넘을까](https://www.chosun.com/resizer/v2/UP25ZI3WNVEQ7KWMW4S2ICHWZY.png?auth=49c888a405cbb99306e5d7401b46e19eb7bbf58606a8e94c45a908687a485da1&smart=true&width=1200&height=855)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47] 피아트의 도시 토리노](https://www.chosun.com/resizer/v2/A5CUINZRRBD4FM2ECFIPIRFBTA.png?auth=18dd39a8c512cd31171b07b090bb5d118743664f4c1416fdf327668d058cdfe3&smart=true&width=2033&height=1413)
![[월드컵] 미 복수 비자 발급받은 이란 토라비…'가시밭길' 대표팀 숨통](https://img5.yna.co.kr/photo/reuters/2026/06/16/PRU20260616240001009_P4.jpg)


![[G-브리핑] 컴투스, 임직원 참여형 ESG 플로깅 활동](https://pimg.mk.co.kr/news/cms/202606/11/news-p.v1.20260611.0f1bb9233318459cb7ad7f04a40a2d5c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