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몇 년 전부터 기업에도 공산당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장(黨章·당헌법)을 기업에까지 강제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 안에 ‘국민의힘 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회’를 만든 셈이다.
테무 모회사 핀둬둬에 공산당위원회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에 따르면 기업의 공산당위원회는 당의 노선·방침·정책을 기업에 전달해야 한다. 또 당의 지시가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집행되도록 책임져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공산당의 지시를 기업이 잘 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이 공산당위원회 말을 듣지 않고 공산당에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될까. 2020년 10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은 “중국 금융 당국이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공산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후 그는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실종·납치·사망설 등이 돌았는데, 1년 뒤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알리바바는 4조5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맞았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던 자회사의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또 일부 회사를 공산당에 헌납해야만 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도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디디추싱은 2021년 미국 증시에 입성한 지 5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중국 공산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했던 탓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자업자득’으로 여겨지며 당연시되고 있다. 중국 기업 테무는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에서 테무 광고가 수도 없이 나온다. 테무의 한국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이미 8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인 결제 금액은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아마도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테무가 한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입점을 원하는 한국 상인들에게 얼굴 사진 등을 요구했다. 또 사용자들이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등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을 거부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테무 이면까지 생각한 뒤 선택해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봐야겠지만 정부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대 기업 핀둬둬를 등에 업은 테무가 한국 정부의 조치에 겁을 먹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눈앞에 현란하게 펼쳐지는 테무 광고만 봐서는 안 된다. 광고가 보여주지 않는 이면의 테무까지 생각해야 한다. 3년 8개월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 공산당을 취재했던 나는 그래서 테무를 이용하지 않는다.
김기용 산업2부장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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