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서 다시 불붙은 골프공 규제…리들리·골프전설 "골프공 비거리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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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0 13:01 수정2026.04.10 13:09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내 인터뷰룸에서 마스터스 개막 전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내 인터뷰룸에서 마스터스 개막 전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과거 골프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엄청난 드라이버샷 이후 숏 아이언을 잡는 1차원적인 스포츠가 되어버렸다. 골프공 규제는 골프의 본질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의 인터뷰룸에서 열린 마스터스 개막 전 기자회견,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은 모두발언 말미에 "이제는 정말 골프공 거리 규제를 다뤄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 아닌, 모두발언으로 먼저 화두를 던진 셈이다. 골프의 '전설'이자 '구루'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 등도 규제 필요성에 힘을 실으면서 골프공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이 지펴질 전망이다.

◆ "비거리 경쟁, 골프 1차원으로 만들어"

골프공 비거리 기능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2023년 3월 시작됐다. 골프 규칙을 세우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로열앤에인션트클럽(R&A)은 프로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인구'의 성능을 시속 127마일(약 193.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20야드(약 287m)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규정은 시속 120마일(193.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320야드를 넘지 않는 것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남자 선수의 비거리는 약 10m 안팎 줄어들게 된다. 당초 두 기관은 새 기준을 202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시장과 선수들의 거센 반발로 2028년으로 도입을 연기했다.

이번 리들리 회장의 발언은 잊혀졌던 골프공 규제 논의에 숨을 불어넣었다. 골프계에서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 주최사이자 세계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회원으로 거느린 오거스타내셔널GC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리들리 회장의 '작심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선수들의 비거리 증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골프장 중 하나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골프장 주변 토지를 사들여 전장을 늘렸다. 전장 545야드 파5홀인 13번홀이 대표적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2017년 인접한 오거스타CC의 토지를 사들이고 도로 일부를 우회시켜 2023년 35야드가 늘어난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리들리 회장은 "전장을 늘리기 전까지는 선수들의 60%만 이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았지만 지금은 90%로 늘어났다"며 "설계자 보비 존스가 210~225m를 남겨두고 그린을 노리도록 한 의도를 이제야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리들리 회장은 이날 "1번홀 전장을 늘리려면 '아이젠하워 오두막'을 철거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제는 진짜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9일 마스터스 개막을 알리는 '명예 시타'를 마친 뒤 니클라우스는 "비거리 증가는 토지 비용, 물 사용량, 비료, 경기 시간 등 골프의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 통산 18승, 마스터스에서만 6승을 올린 전설이 마스터스 개막일 내놓은 발언이기에 파장은 적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표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표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게리 플레이어는 "작년 로리 매킬로이가 이곳에서 우승할 때 파5홀에서 두번째 샷으로 7, 8번 아이언을 잡는 것을 우리 모두 목격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파5홀은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왓슨 역시 "비거리의 한계선을 어디까지 잡느냐가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는 뒤로 늦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 선수·시장 동의 이끌어낼까

관건은 선수와 시장의 협조다. 프로선수들의 시원한 장타가 없어진다면 골프의 보는 재미가 줄어들 것이라는 반대의견을 얼마나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용품업계 역시 리들리 회장이 던진 화두가 어디까지 파장을 만들어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골프공 시장 1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의 데이비드 마허 대표는 2023년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골프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든 골퍼가 똑같은 규칙 아래 경기한다’는 매력이 있다”며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른 공을 쓰면 이런 골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쿠쉬네트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골프공 규제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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