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최근 더위가 심해 여러 날 한약을 먹었지만 (이명과 어지럼증)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기운이 심하게 가라앉아 일어나고 눕기도 힘들다. 너무 피로해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으니 심하게 괴롭다. 거기다 ‘쨍’ 하니 그릇 울리는 이명이 들리는데 상태가 심하다.”(승정원일기) 조선의 장수 왕 영조는 재위 18년, 임금의 건강을 책임지던 도제조와 의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지병인 이명과 어지럼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전원이 꺼지듯 우리 몸도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이상이 생긴다. 한자 그대로 ‘귀의 울음’을 뜻하는 이명(耳鳴)도 그중 하나다.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이상한 울림이 들리고,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하며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영조는 52년의 재위 기간 동안 신하, 학자들과 유교 경전을 토론하는 ‘경연’을 무려 1300회 이상 열었다고 알려져 있다. 신하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면 경연 자리에서 직접 호되게 무안을 주며 압박할 정도였다. 이 지나친 성실함의 잣대가 가장 잔인하게 적용된 대상은 바로 친아들인 사도세자였다. 영조는 자신이 세운 완벽하고 성실한 군주의 기준을 아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했다. 세자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거나 공부보다 무술과 그림 등에 관심을 보이면 신하들 앞에서 인격 모독에 가까운 질책을 쏟아냈다. 그의 이 같은 숨막히는 성실함은 결국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영조 자신도 이명에 걸리는 결과를 낳았다. 진료 현장에서 과도한 성실함으로 생긴 이명을 자주 접한다. 환자 중에는 과로에 시달리던 40대 초반 의사도 있었다. 하루 진료 환자가 2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바쁜 전문의였다. 첫 내원 당시 여름이었는데, 더위를 많이 타고 주변 소리에 예민한 데다 가끔 귀가 먹먹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과로가 누적돼 생긴 이명으로 진단해 치료했고, 증상은 많이 호전됐다. 초겨울이 되자 그가 다시 찾아왔다. “열흘 동안 매일 아침 조깅을 했더니 호전됐던 이명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운동이 다시 이명을 불러온 것이다.‘동의보감’은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귀가 막히는 증상에 대해 “오장의 기(氣)가 궐역(厥逆)하여 귀를 꽉 막아 들리지 않는데 이때는 어지럼증과 이명을 동반한다”라고 풀이한다. 여기서 ‘궐’은 기(에너지)가 다해 소진된 상태를 뜻한다. ‘역’은 이렇게 소진된 상태에서 회...
영조를 괴롭힌 ‘쨍’ 소리… 과한 성실함이 부른 이명[이상곤의 실록한의학]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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