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 확정…챔프전서 '리버스 스윕' 불발
MVP 안영준, 김선형·오재현도 FA…워니는 은퇴 예고로 리빌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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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프로농구 2024~2025 KBL리그 서울 SK 나이츠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경기가 끝난 뒤 열린 SK의 정규리그 우승 기념 파티에서 SK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3.21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역대 최소 경기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 끝장 승부 끝에 창원 LG에 아쉽게 무릎을 꿇은 프로농구 서울 SK는 팀 재정비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를 눈앞에 뒀다.
지난 3월 16일, SK는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특유의 속공과 단단한 수비,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앞세운 SK는 시즌 초반부터 연승 가도를 달리며 순위표 최상단을 질주했다.
그 결과 46경기에서 37승 9패를 거둬 남은 8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구단 사상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11-2012시즌 47경기 만에 정규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원주 DB(당시 동부)를 제치고 이 부문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새로 썼다.
이때까지만 해도 SK의 통합 우승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였다.
워니-안영준-김선형으로 이어지는 압도적인 라인업이 최대 장점인 SK를 막아 낼 만한 팀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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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 경기에서 SK 김선형이 레이업을 하고 있다. 2025.5.17 jjaeck9@yna.co.kr
슬슬 플레이오프(PO)에 대비해 다시 팀 전술을 가다듬어야 했던 시즌 종료 직전 SK의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고양 소노에 25점 차로 대패한 뒤 "선수들이 개인 욕심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많이 챙겨서 오늘 같은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며 "지금처럼 계속 경기하면 이길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수원 kt와의 4강 PO 1차전에서 4점 차로 어렵게 이긴 뒤에도 "선수단 내 불화가 있는 게 아니지만 이런 자세로 경기를 뛰는 건 프로가 아니다"라며 "본인이 아무리 잘해도, 동료가 없으면 농구를 할 수 없다.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안영준, MVP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였던 김선형, 수비형 가드 오재현까지 팀 내 주축 선수 3명이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는 SK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해진 상태였다.
결국 4강 PO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3연승을 거둔 정규리그 2위 LG의 신바람과 양준석, 유기상 등 젊은 선수들이 주도하는 '원 팀' 에너지, 마레이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끝내 당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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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 경기에서 SK 안영준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5.5.17 jjaeck9@yna.co.kr
정규리그 MVP 안영준의 1∼3차전 부진이 특히 뼈아팠다.
그는 이 3경기에서 평균 9.0점에 그쳤다.
FA를 앞둔 시점이지만 한 시즌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 5차전에서 살아나 SK의 연승에 힘을 보탠 안영준이지만 결국 최후의 7차전에서는 실책 5개를 저질렀다.
단기전에서 중요한 초반 기세 싸움에서 밀리고, 저득점 양상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MVP의 위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게 발목을 잡은 셈이다.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보낸 김선형은 챔피언결정전 평균 9.7점에 그쳤다.
특히 7차전에서는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 이후 좀처럼 득점을 마무리하지 못해 고비마다 추격 에너지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단단한 수비를 뽐내는 오재현은 허리 부상으로 3∼6차전에서 결장하면서 SK의 '극강' 라인업의 힘이 반감됐다.
국내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자 SK의 공격은 워니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고, LG가 워니를 수비하는 것에만 편하게 집중하며 1∼3차전에서 편하게 승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4∼6차전을 쓸어 담으며 0%의 확률을 깨는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 우승 꿈을 키웠지만, 안방에서 7차전을 LG에 내주며 결국 SK의 3년 만의 통합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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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 경기에서 SK 자밀 워니가 슛하고 있다. 2025.5.17 jjaeck9@yna.co.kr
챔프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실망스럽게 시즌을 마무리한 SK 앞엔 더 어렵고 복잡한 FA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집토끼' 안영준, 김선형, 오재현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부터 확신할 수 없다.
시즌 막판 선수들의 '이기적인 플레이'가 표출된 상황에서 대어·준척급 FA 3명이 모두 잔류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외국 선수 MVP를 거머쥔 워니는 개인사로 올 시즌 뒤 은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상황이다.
구단이 워니의 선수 생활 연장을 설득한다고는 하지만, 워니의 뜻이 워낙 확고하다.
FA 선수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여섯 시즌 동안 SK의 에이스 역할을 해온 워니마저 유니폼을 벗는다면 SK의 팀 리빌딩은 필수 불가결하다.
soruh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7일 16시3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