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할머니 둔 '쿼터 코리언'…V리그 경험 후 한국 생활 동경
외국인 트라이아웃서 귀화 의사…아버지도 한국 국적 취득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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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셈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25-2026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레베카 라셈(28)은 한국계 3세의 '쿼터 코리언'이다.
한국인 미국 이민자 1세대였던 할머니가 미군으로 근무했던 할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라셈의 아버지 제프 레이섬을 낳았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난 라셈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라셈은 지난 2021-2022시즌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뛰며 V리그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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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DB 금지]
2021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6순위로 IBK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았던 라셈은 기대에 못 미친 활약 탓에 시즌 초반 계약 해지로 한국을 떠나야 했다.
이듬해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신청했지만 지명받지 못했고, 그리스·푸에르토리코 리그를 거쳐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재입성하게 됐다.
한국이 그리웠다는 라셈은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은 뒤 "V리그를 떠난 뒤에도 V리그 경기를 챙겨 봤다"면서 "김연경 선수와 GS칼텍스의 실바 선수가 뛰는 경기를 많이 봤다. 경기를 보고 나면 한국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긴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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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어 "한국에 와서 환영받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팬들을 만나며 어느 나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면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팬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 팬들이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선수들에게 사랑을 주는 문화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기에 꼭 돌아오고 싶었다"며 V리그 재입성 기쁨을 드러냈다.
한국에 애정이 많은 라셈은 한국 귀화 의사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구단 관계자에게는 '귀화해볼까요?' 정도의 가벼운 농담에 가깝게 속내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라셈의 귀화 가능성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라셈의 아버지도 한국 국적 취득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져 라셈의 귀화 추진 가능성에 힘이 실리게 됐다.
제프 레이섬이 실제로 최근 한국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필요한 서류를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경우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구 선수 중에도 귀화 사례가 있다.
현재 남자부 대한항공에서 뛰는 미들 블로커 진지위는 홍콩 태생으로 김찬호 감독에 스카우트돼 2014년 경희대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고, 2019년 한국배구연맹 신인 드래프트 때 6순위로 대한항공 지명을 받았다.
진지위는 드래프트에 앞서 홍콩 국가대표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7년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두각을 드러냈던 점을 인정받아 '우수 스포츠 인재'로 법무부의 국적심의위원회 면접을 거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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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사진]
또 후인정 전 KB손해보험 감독은 화교 출신으로 귀화 후 프로 무대를 밟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에서 선수로 뛰었다.
여자 선수 중에선 중국 태생의 이영이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고, 이후 일반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기도 했다.
라셈은 현재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인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과 최근까지 푸에르토리코의 과이나보 메츠에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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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 구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라셈은 모랄레스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아 스윙폼과 스텝을 교정했고, 향상된 기량을 인정받아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 리그(LVSF)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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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셈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DB 금지]
라셈이 한국으로 귀화한다면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우수 스포츠 인재로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라셈이 한국으로 귀화할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와 그럴 경우 능력을 입증할지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국 귀화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chil881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7일 09시0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