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정책에서 국산 AI 반도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AI 산업 생태계를 위해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NPU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번 추경에서 GPU 확보만 이야기가 되는 것이 무척 아쉽다"며 "소수의 물량이라도 추론형 NPU, 비엔비디아 제품이 인프라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NPU는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AI 반도체로 추론 영역에 특화돼 있다.
박 대표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시작부터 훈련용 인프라와 추론용 인프라를 구별했다고 한다. 훈련은 엔비디아 GPU로, 추론 트래픽은 화웨이의 NPU ‘어센드 910’으로 받아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 역시 기본적으로 엔비디아 GPU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자체 설계한 칩도 추론용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AI 인프라를 구축할 때 "처음부터 엔비디아와 비엔비디아 제품 두 종류의 기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엔비디아 GPU가 구축되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모두 딸려 들어온다"며 "'엔비디아 온리(only)'로 인프라가 구성돼 버리면 기술적인 '록인'이 돼버려 이후 다른 하드웨어를 추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국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난 1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조속히 추경이 되지 않는다면 올해 GPU 도입이 어렵다"며 GPU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 신청 기업에는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받은 GPU 공급 확약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도 했다.
정부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실행 계획을 보면 초기에는 첨단 GPU를 우선 구축하고, 2030년까지 AI 반도체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고 나와 있다. 박 대표는 “인프라가 처음 구성될 때 GPU와 함께 NPU가 포함됐으면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