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했는데 지인의 권유로 2023년 2월 대한민국 100대 명산 완등 도전을 시작했어요. 약 두 달 뒤 지인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달리기도 접했죠. 처음엔 도로를 달렸고 나중에 산을 뛰었죠. 도로는 속도감을 즐긴다고 할까요. 한강 공원, 바닷가 그리고 도심을 달리는 재미가 좋았어요. 산은 완전히 색다른 느낌이었죠. 특히 내리막을 달릴 때 공중으로 붕 뜬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100대 명산은 75좌까지 올랐다. 종주의 매력에 빠져 지인들과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약 47km)와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약 43km)을 완보했다. 덕유산 육구종주(육십령∼무주 구천동) 약 32km도 걸었다. 그는 “나무와 꽃, 풀 등을 보며 자연 속을 누비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인천 계양산에서 열린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주최 여성 트레일러닝대회 10km를 달리면서 산악 마라톤에도 빠졌다. 지난해 11월 오들로 북한산 트레일레이스 17km도 완주했다. 이 대회 17km 부문에서 2시간 47분을 기록해 여자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그렇게 잘 달릴 줄 몰랐다. 너무 뿌듯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고, 등산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대회 주최사가 트레일러닝 초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1년 뒤 북한산 둘레길 65km를 완주하는 프로젝트에도 선발돼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계양산 둘레길을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OSK 으르렁으르런도 달렸다.달리기 시작하면서 달린 지 2주년에 맞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번에 동아마라톤에 출전하는 이유다. 동아마라톤 풀코스 출전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지난해 하프코스를 1시간 58분에 완주했다. 하프코스 2시간 12분 미만 기록증이 없으면 풀코스 참가 신청을 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순식간에 참가 접수가 마감돼 마스터스 마라토너 사이에서 ‘하늘의 별 따기’라고까지 소문난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지난해 6월 참가 신청을 마친 뒤에는 다시 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혼자 42km를 여러 차례 달렸다. 친구들과 집에서 가까운 서울 목동운동장 400m 트랙을 100바퀴 뛰기도 했다. 풀코스를 쉽게 완주하려면 한 달에 1∼2차례 3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비나 눈이 와도 달렸다. 그는 “첫 도전에 서브포(4시간 이내 완주)로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많이 달리고 있는데도 아직 큰 부상은 없다. 2년 전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다. 김 씨는 “솔직히 근육 운동을 좋아하진 않았다. 권투를 하다가 경추 디스크가 터졌을 때 근육 운동의 중요성을 알았다. 주변 근육이 탄탄해야 관절도 튼튼하다. 달리면서도 부상을 방지하려면 보강 운동이 필요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달리며 근육 운동까지 하니 체지방이 빠지고 근육량이 늘어 몸매가 탄탄하게 바뀌었다. 체지방 18%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자주 출전할 계획이다. 올 첫 대회가 4월 4일부터 6일까지 전북 장수에서 열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 38km다. 70km 대회도 있는데 차근차근 거리를 늘릴 생각이다.“사실상 저에게 운동의 주목적은 살 빼기였어요. 달리면서는 운동은 도전이 됐죠. 지난해 11월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5위를 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젠 자주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요. 동아마라톤에서는 꼭 서브포 할 겁니다.”
김 씨는 트레일러닝 대회뿐만 아니라 마라톤 대회에도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전국 각지를 여행하고 달리며 건강도 챙기는 삶이 즐겁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