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 추모 물결 "선구자셨던 이광환 감독님…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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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김재현·서용빈·김용수, 추모 메시지 "현대 시스템 접목하신 분"

"감독님의 마지막 시구 모습, 팬들의 가슴 속에 기억되길"

이미지 확대 2025년 3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시구한 이광환 전 감독

2025년 3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시구한 이광환 전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프로야구의 선구자셨던 감독님…편히 쉬세요."

고(故) 이광환 감독의 별세 소식에 야구인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1990년대 이광환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신바람 야구' 돌풍을 일으켰던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전·현직 구성원들은 "감독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며 추모했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차명석 LG 단장은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감독님은 시대를 앞서가셨던 분"이라며 "미국 유학 후 프로야구에 5인 선발 시스템을 접목하는 등 과거 지도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으신 이광환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차명석 단장은 올 시즌 개막전 시구자로 이광환 전 감독을 초청했던 사연도 전했다.

차 단장은 "사실 시구 행사는 급하게 잡았던 것"이라며 "지난해 이 감독님의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빨리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잠실구장에서 팬들을 만난 마지막 무대였는데, 그때의 모습이 LG 팬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환 감독은 지난 3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에서 시구했고, 이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으로 남았다.

차명석 단장은 "그때 이광환 감독님은 내게 LG를 위해 많이 공부하라고 당부하셨다"며 "감독님의 말씀을 아로새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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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광환 전 LG 감독 별세

(서울=연합뉴스) 1994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이광환 KBO 원로자문이 2일 별세했다.
지병인 폐 질환을 치유하고자 제주도에서 지내던 이 전 감독은 최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 치료 중 2일 오후 3시 13분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사진은 1994년 우승한 LG 선수들이 이광환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 2025.7.2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1994년 LG에 입단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던 김재현 SSG 랜더스 단장의 목소리도 무거웠다.

김 단장은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1994년 19살의 어린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프로 무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광환 감독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데뷔 첫해부터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재현 단장, 류지현 대표팀 감독과 함께 1994년 LG 신인 삼총사로 활약했던 서용빈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도 이광환 감독을 추모했다.

서 코디네이터는 "그 시절 프로야구는 매우 경직돼 있었다"며 "이광환 감독님은 시대상과 다르게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셨고, 선수 스스로 책임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어 "이광환 감독님은 프로야구를 떠난 뒤에도 여자야구, 서울대 야구부 등에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애쓰셨다"며 "언제나 열정이 넘치셨던 분, 존경할 만한 분이었는데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서 코디네이터는 "올 시즌 시구 행사를 위해 (거주하던) 제주도에서 올라오셨을 때 공항으로 모시러 간 게 어제 일 같다"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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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광환 전 LG 감독 별세

(서울=연합뉴스) 1994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이광환 KBO 원로자문이 2일 별세했다.
지병인 폐 질환을 치유하고자 제주도에서 지내던 이 전 감독은 최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 치료 중 2일 오후 3시 13분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사진은 2017년 4월 4일 잠실야구장 시구 모습. 2025.7.2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LG의 영구결번인 '노송'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은 이광환 감독을 '1이닝 마무리'의 개념을 도입한 지도자로 기억했다.

김용수 전 감독은 "이전까지는 마무리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서 3이닝, 4이닝을 던져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를 1이닝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시면서 이 시스템을 프로야구에 정착시키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광환 감독님은 고지식한 정책을 깨버린 선구자셨다"며 "한국 프로야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광환 감독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많은 분이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LG의 우승을 기원하는 시구·시타

LG의 우승을 기원하는 시구·시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1994년 LG 우승 당시 감독을 지낸 이광환 전 감독과 주장이었던 노찬엽 전 코치가 시구 시타를 하고 있다. 2025.3.22 superdoo82@yna.co.kr

'자율 야구'로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이광환 전 감독은 지병인 폐 질환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2일 오후 3시 13분께 폐렴 증세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는 이날 "이광환 전 감독은 은퇴 야구인들의 권익 보호와 후진 양성을 위해 창립한 본회의 초창기 조직의 안정화와 발전에 일조했다"며 추모 메시지를 냈다.

김광수 일구회장은 "강직하면서도 유연한 성품을 가지셨던 분"이라며 "현대 야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셨다"고 밝혔다.

일구회는 유족들에게 특별 부의금 1천만원을 지원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2일 18시3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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