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니 길 아니다, 내려와라" 하던 부산 친구들에게…[인터뷰+]

1 month ago 3

/사진=CJ ENM

/사진=CJ ENM

"배우 생활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누가 강요하거나 압박을 하지도 않았는데, 연기 하는 게 재미있고 매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안보현은 사람으로 태어나 정해진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산체육고등학교 복싱부 출신인 그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직업군인을 꿈꿨지만 2007년 모델로 전향했고, 영화 '히야'(2016)를 통해 연기에 입문했다.

"처음엔 잘 할 수 있겠느냔 생각이 들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다른 직업을 체험해보고 공부도 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운동만 하며 살아왔던 제가 변호사, 검사 역을 한다구요."

그의 존재감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이후 '유미의 세포들'(2021·2022), '재벌X 형사'(2024),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2023), '베테랑2'(2024) 등 꾸준한 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새벽마다 악마로 변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맡게 된 백수 청년 '길구'(안보현) 역을 맡아, 대문짝만한 순수함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

"기존 캐릭터들과 다르게 남성미가 빠진 인물이에요. 대본을 읽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에 대한 인식을 이번 작품을 통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안보현, "니 길 아니다, 내려와라" 하던 부산 친구들에게…[인터뷰+]

연기 톤과 목소리, 방향성까지 감독과 함께 디테일하게 조율하며 촬영에 임했다는 그는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구화가 되어 있었다"며 "감독님이 '보세요, 보현씨 안에 길구가 있다니까'했다. 캐스팅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길구와 닮은 점에 대해선 "저도 한때는 눈치를 많이 봤다. 복싱이 개인 종목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고민이 있어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편인데 그런 점이 길구와 비슷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족을 부산에 두고 홀로 서울에 올 때도 이게 맞는 건가 하는 고민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했다. 저도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길구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중국 드라마 촬영 중 처음 만났던 임윤아와 이번 작품을 통해 재회한 그는 "그때는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워낙 커서 긴장도 했다"며 "그런데 첫 리딩 때 인사를 나누면서 사람이 참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털털하고 편안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며 "스케줄이 많아도 내색 안 하고 현장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더라"고 칭찬했다.

그동안 남성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아온 그는 이미지에 대한 갈망보다는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한다고 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욕심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키가 큰데다 운동을 했다는 경력 때문에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지만, 그걸 일부러 깨보겠다고 코미디에 도전한 건 아니에요. 영화 장르가 다양한 만큼 저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입장입니다. 늘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합니다."

/사진=CJ ENM

/사진=CJ ENM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극장에 자신의 얼굴이 걸리는 것. "부산 남포동에서 친구들과 거리를 걷다가 '저런 영화가 나왔구나' 했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이젠 제 얼굴이 걸린 포스터를 보니 가문의 영광 같고 꿈만 같아요."

오는 7일 열리는 VIP 시사회에는 그의 고향 부산 친구들이 총출동한다. 안보현은 "예전에 '넌 안 될 거야. 그냥 내려와' 하던 친구들이 전부 올라온다"며 "영화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겠지만, 다들 제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산에서 KTX 타고, 제주도에선 비행기 타고 올라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친구들은 제 인생의 VVIP예요. 배우 한다더니 알바하고 이러니까 '태양의 후예' 찍었을 때도 안 믿더라고요. '내려와라. 니 길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서울에 와서 도배도 해주고, 첫 냉장고도 사줬던 친구들이죠. 말은 거칠어도 정말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윤아와 영화 한다고 하니 '네가 뭔데 소녀시대랑?' 하던 친구들이 이번엔 극장에서 절 보러 와주네요. 사실 절 보러 오는 건지, 윤아를 보러 오는 건진 모르겠지만요. 하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