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악연' 원작자 최희선 인터뷰…"사회면 기사서 아이디어 얻어 악인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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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악연'은 나쁜 놈들만 모아놓은 악인전 그 자체다. 보험금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려는 아들, 음주운전을 감추려 시체를 파묻는 남자, 장기를 적출하는 사채업자 등이 우르르 등장한다.
최희선 작가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신문 기사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이처럼 다양한 악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첫 (웹툰) 작업인 '조우'도 학교폭력, 아동학대, 음주운전, 갑질, 성범죄 등 신문 기사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서 만들었다"며 "'악연'은 기사에 나오는 이들 중에서도 나쁜 놈들로만 가득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이처럼 나쁜 놈들만 나오지만, 적어도 결말에서는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최 작가는 "(단편집) '조우'에서 모든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그다음 작업을 할 때는 뭔가 확실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걸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지전능한 인물이 나와서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악한 인물들이 각자 실리를 추구하다가 따로, 또 같이 자멸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이야기 속에서라도 '모든 업보는 돌아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악연'에 악인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주연은 자신을 성폭행한 재영을 죽이려 하지만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로 나온다.
그는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정말 악인들만 나오는 소동극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 했는데, 문득 독자 입장에서는 마음을 둘 캐릭터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주연이는 최대한 손에 피를 묻히지 않도록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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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서로 다른 세 인물의 이야기가 각자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합쳐지고 반전이 거듭되면서 아귀가 딱 들어맞는 과정이 꼽힌다.
최 작가는 "세 이야기 모두 따로 보면 흔한 소재, 흔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약간의 트릭(속임수)을 집어넣어서 독자가 '이 사건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는지', '내가 보던 인물이 그 인물이 맞는지'를 계속 추리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세 단편이 모여 큰 줄기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반전 요소들이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웹툰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던 비선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박해수·신민아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캐릭터와 작은 에피소드가 추가되고 주요 사건들의 시간대가 바뀌는 등 각색이 이뤄졌지만, 보는 이를 속여넘기는 원작의 매력은 그대로 가져갔다.
최희선 작가는 미술을 전공했고, 만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웹툰 '비질란테',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김규삼 작가 아래서 어시(어시스턴트. 보조작가)로 일하다가 데뷔했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다가 대학교 졸업할 즈음에 친한 친구가 웹툰에 도전하는 것을 보고 저도 시작하게 됐다"며 ""웹툰 어시로 여러 곳에 지원했는데 김규삼 작가님만 연락이 왔다. 짧지 않은 시간 어시 일을 하면서 작업 능력이 조금씩 성장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이어 아마추어 플랫폼 도전만화에 단편을 조금씩 올렸고, 다음웹툰의 제안으로 첫 작품 '조우'를 정식 연재하게 됐다.
'조우' 이후에 '악연', '모텔 오아시스', '미소찢는 남자' 등 스릴러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서 인간의 악한 본성을 조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차기작은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밝고 대중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미대를 다닌 경험을 넣은 나름 밝은 느낌의 대학교 이야기입니다. 현재 이야기와 콘티를 모두 짜고 그림 작업에 들어가는 중이에요. 마냥 어둡기만 한 지금까지와는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의 이야기라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네요."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29일 07시1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