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여행자는 2868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여행은 다양한 기후와 위생 환경으로 예상치 못한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프리카 및 남미 지역은 말라리아, 황열병, 에볼라, 콜레라 등이 대표적이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뎅기열, 일본뇌염, A형 간염, 장티푸스 등을 조심해야 한다. 중동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수막구균성 수막염에, 유럽에서는 렙토스피라증과 라임병 등에 걸릴 수 있다.
◇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홍역 유행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홍역 환자는 지난달 3일까지 총 52명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명) 대비 1.3배 증가한 수치다. 해외여행 중 감염돼 국내에 입국 후 확진 판정을 받은 해외 유입 사례가 69.2%(36명)다. 이들은 베트남(33명), 우즈베키스탄(1명), 태국(1명), 이탈리아(1명)에서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등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서태평양 지역 홍역 환자는 지난해 1만1972명 발생했다. 올해는 필리핀(766명)과 중국(577명), 캄보디아(544명), 베트남(151명)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홍역 유행 국가 여행을 통한 산발적인 홍역 환자 유입과 그로 인한 제한적인 전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 해외 유입에 대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홍역 유행 국가를 방문하거나 여행한 뒤 3주 이내 발열 및 발진 등 홍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뒤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가정 내 홍역 백신 1차 접종 이전 영아나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 있을 경우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가정 내 접촉을 최소화하고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 전염성 강해 접촉 시 감염
홍역은 공기 전파가 가능한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잠복기는 7~21일이다. 주된 증상은 발열, 발진, 기침, 콧물, 결막염이다. 홍역 환자와의 접촉이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한 비말(침방울) 등으로 쉽게 전파된다. 홍역에 대한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될 수 있다. 홍역은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만큼 생후 12~15개월 및 4~6세 유·아동은 총 2회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면역체계가 취약한 12개월 미만 영아는 홍역에 걸리면 폐렴, 중이염, 뇌염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감염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홍역 유행 국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 출국 전에 생후 6~11개월 영아도 예방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한국은 WHO가 인증한 홍역 퇴치국으로, 홍역을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홍역 환자는 격리 입원 치료를 받거나 전파 가능 기간 동안 자택 격리가 필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해외여행 후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3주 동안 홍역 증상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여행력을 알리고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방접종으로 감염 예방해야
모든 감염병이 예방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백신 접종이나 예방약 복용으로 막을 수 있는 질환도 많다. 홍역, A·B형간염, 황열병, 일본뇌염, 장티푸스, 수막구균성 수막염, 광견병, 콜레라, 인플루엔자 등이 대표적인 예방접종 대상이며 말라리아는 예방약으로 대비할 수 있다. 이외의 다양한 감염병은 개인위생 관리와 안전한 음식 및 음료 섭취를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여행 전 대비가 필요하다.
서진웅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방접종은 감염병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 출국 최소 4~6주 전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황열병 백신은 입국 시 예방접종이 필수 요건인 국가가 많기 때문에 국제공인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며, 출국 최소 10일 전에 접종해야 한다. 해당 증명서는 ‘정부24’ 또는 ‘예방접종도우미’ 앱을 통해 디지털로도 발급 가능하다.
황열 외에 당일 접종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 있으니 여행 전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 필요한 백신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