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임시이사회 두고 논란 확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KAIST 이사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날 1년 동안 미뤄지고 있던 신임 총장이 결정되는 것인가.”
답: “결론적으로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KAIST 신임 총장 건은 ‘KAIST의 시간’이 돼야 하는데 여러 정황상 ‘정부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 18대 신임 총장 선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6일 KAIST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사진=KAIST]오는 2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임시이사회가 열린다. 핵심 안건은 제18대 신임 총장 선출 건이다. 이광형 현 총장의 임기는 지난해 2월 끝났다. 1년 동안 신임 총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무성하면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소문의 핵심은 26일 임시이사회에서 신임 총장 선출 건이 무산되면서 재공모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데 있다. 현재 18대 총장 후보는 △김정호 KAIST 교수 △이광형 현 총장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등이다.
이들 3명 후보는 KAIST의 신임 총장 선출에 따른 공정한 절차에 따라 최종 결정된 인물들이다. KAIST 이사회가 투표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 최종 후보가 결정된 상황에서 이들이 아닌 ‘제3자’를 염두에 둔 재공모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묘한 이사회 날짜 “나의 흔적을 묻지 마라”
26일을 임시이사회 개최 날짜로 잡은 것을 두고 ‘기묘하다’는 말이 나온다. KAIST 이사회는 김명자 이사장을 비롯해 14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이날 5명의 이사의 임기가 끝난다.
임기가 끝나는 당일, 5명의 이사가 신임 총장 선출 건에 대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3명 중 1명 선출 or 재공모) 5명의 이사는 27일부터 KAIST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26일 자신의 한 행동이 27일부터는 책임감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1년 동안 신임 총장 선출 건을 미뤄오더니 5명의 이사 임기가 끝나는 날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 어떤 시선을 보내겠느냐”고 되물었다.
재공모 거론되는 이유 “우리가 남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혁신과 개혁’이다. 이전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혁신과 개혁’으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한다. 문제는 시스템 개편을 통한 ‘혁신과 개혁’이 아니라 사람만 바꾼다는 데 있다.
이렇다 보니 바뀐 사람이 또다시 ‘자기 편’을 만든다. ‘내로남불’에 머물고 만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만 다시 되풀이된다.
KAIST 이사회는 ‘자기 편’을 만들기 쉽게 돼 있다. 14명의 KAIST 이사회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정경제부, 교육부 등 정부 관료들은 ‘당연직 이사’다. KAIST는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이다. 당연직 이사가 많다.
여기에 정부출연연구소 등에 직을 두고 있는 이사도 많다. 14명 이사 중 9명이 ‘정부 측 인사’에 해당한다.
정부 결정에 따라 KAIST 이사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영향력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신임 총장 선출은 ‘KAIST의 시간’이 돼야 하는데 실제론 ‘정부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연직 이사(관료)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연직 이사가 많으면 정책 추진력은 좋아지겠는데 KAIST의 자율성은 떨어진다.
지금의 이사회 구성을 개편해 글로벌 석학, 혁신 기업가들을 이사로 더 영입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깊숙이 개입 “이사회 몫이다”
청와대 인사가 이번 신임 총장 선임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핵심은 지금의 3명의 최종 후보 모두 KAIST 총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데 있다.
KAIST 신임 총장은 이사회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과반이상을 얻어야 한다. 3명의 최종 후보에 대한 투표에서 표를 분산시켜 과반 득표 후보를 내지 못하면 무산시킬 수 있다.
총장 선임 이슈를 처음부터 지켜봐 왔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윗선(청와대 등)’에서 현재의 3명 후보 모두를 배제하고 이후 재공모 등을 거쳐 전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구체적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학연’이 가동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회(입법), 청와대와 과기정통부(행정) 등에는 특정 학과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학연을 이용해 ‘밀고 끌어당겨 주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정권 때도 과학기술계에 특정학과 출신들이 주요 직책을 차지하면서 여러 잡음과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며 “이재명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해 “KAIST 신임 총장 건은 이사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간여하지 않았다며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재공모가 추진되면 과학기술계의 정치화로 역풍이 우려된다. 재공모할 때는 3배수 후보 확정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KAIST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부가 개입하고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확정된 3명의 후보에 대해 재공모라는 ‘악수’를 둔다면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KAIST의 자율성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다.
윤진화 시인은 ‘안부’라는 시에서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라고 썼다.
청와대가 5년의 권력과 권한만을 앞세워 KAIST 이사회를 대상으로 명령하고 개입하는 ‘이기는 편’이 돼선 안 될 일이다.
KAIST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지는 편’을 선택하는 게 KAIST 혁신이자 아름다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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