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해 제언한 바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화이자 자산인 부동산의 이중적 성격으로 인해 실거주 수요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는 게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 수립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발표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은 과열 양상인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일단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연구를 위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이 새롭게 개발한 국가별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주택의 중위가격을 중위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에 비해 집값이 높은 편이며 이는 대다수 국민의 체감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담보인정비율(LTV), 대출금리, 대출 만기 등 실제 주택 구입 비용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금융 부문 요소들을 반영해 지수를 재계산하면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1990년에는 조사 대상 20개국 중 주택 구입이 가장 어려운 나라였던 한국이 2023년 기준 40개국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주택 구입 부담이 작은 국가로 나타났다. 즉 소득만을 기준으로 보면 집값이 비싸지만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데는 상당히 용이한 국가라는 의미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와 전세대출은 국제 비교의 일관성을 위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IMF의 지표보다 주택 구입이 더 쉬울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대출 접근성이 좋아지고 비용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의 대부분이 가계부채 증가에 기인함을 시사하며, 지나치게 부동산에 쏠린 대출 구조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괄적인 수요 억제 정책을 통한 부동산시장 동결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규제와 무관하게 주거라는 기본적인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며, 이를 충족할 추가 공급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이 등장할 것이고, 이는 오히려 시장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거래는 본질적으로 쌍방의 이득을 전제로 이뤄지므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가 사라지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의 중과세를 완화해 기존 주택을 시장에 공급하고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1기 신도시 중심의 재건축 등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공급이 즉시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시그널만으로도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 쏠린 과도한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은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와 함께 전세대출의 전면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전세라는 사적인 계약은 과거 금융시장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유지됐지만, 부동산 금융이 발달한 이후에는 그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책 대출과 보증이 지속되면서 전세가 갭투자를 통해 소위 ‘레버리지의 레버리지’를 만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시장에 존재하는 제도를 인위적으로 폐지하기보다 현재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세대출 관련 통계를 명확히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잉 채무를 예방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