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낮춰 거래 늘린다… 증권 거래 패러다임 바꾼 슈와브[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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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슈와브

찰스 슈와브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시뻘겋게 눈을 부릅뜬 이들이 주문서를 흔들며 고함을 지른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종이가 흩날리는 열띤 객장에서 직원들은 주문서를 전산에 입력하느라 고개를 들 틈도 없다. 주문이 몰리면 장 시작 전 처리 물량을 초과해 주문이 마감되기도 했다. 이것이 옛 영화에서 보았던 증권거래소의 모습이다. 그러나 오늘날 증권 거래는 PC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조용하고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끈 인물이 바로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와브(SCHW)’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찰스 슈와브(88)다. 슈와브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증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는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회사를 창업했다.

슈와브는 증권사 브로커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며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에 의문을 품었다. 거래가 잦을수록 성과보수를 받는 브로커들은 고객에게 불필요한 거래를 제안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직접 주식을 매매하도록 하고 부가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대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증권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SCHW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기술 발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시스템을 선진화했다. 초창기에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 주식 매매를 요청하면 직원이 직접 받아 전산에 입력했다. 이후 전화 자동 주문 및 조회 시스템, 단말기를 통한 원격 거래, 인터넷과 모바일 거래를 빠르게 도입하면서, 독립적으로 판단해 거래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을 급속히 늘려 나갔다. 그 결과 2024년 말 SCHW는 3650만 개의 활성 브로커리지 계좌와 200만 개의 은행 계좌를 보유해 총 고객 자산 규모가 10조1000억 달러(약 1경450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슈와브는 40세가 되던 해에 아들의 난독증 진단을 계기로 자신도 난독증임을 알게 됐다. 이를 몰랐던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해도 결과가 시원찮은 자신에 대해 열등감도 가졌다. 그러나 그는 난독증 덕분에 일찍이 타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말한다. 슈와브는 골프를 매우 사랑하고 잘했는데,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것도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골프 실력을 가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SCHW는 최근에도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4월 20일에는 1년 내로 암호화폐 현물 거래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필요 없이 자사 계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보유할 수 있게 하는 큰 변화인 것이다. 슈와브는 최근 정치적 구설에 올랐다.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격한 관세 인상 선언으로 주식과 채권이 폭락했다가, 일주일 뒤 관세 유예 발표로 나스닥 지수가 12.2% 급등하는 등 극심한 시장 변동이 있었다. 그런데 관세 유예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모임에서 슈와브를 가리키며 “이 사람은 25억 달러를, 저 사람은 9억 달러를 벌었다”고 말해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슈와브가 실제로 사전에 관세 유예 정보를 알고 거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불명예스러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사실이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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