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 25주년 기념 영화 '어느 가족' 씨네토크…"'아무도 모른다' 보고 충격"
고레에다 "영화 끝난 뒤에도 인물 삶 상상되는 이야기 만들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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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배우 송강호가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25.5.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하는 정신을 수십년간 견지해온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가…."
배우 송강호가 1일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영화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관해 "인간을 끝까지 탐구하는 모든 예술가는 위대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맞아 열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한 25년'에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은 '어느 가족'을 상영한 뒤 영화 '브로커'에서 작업을 함께한 송강호와 이주영 배우가 참석해 얘기를 나누는 씨네토크가 열렸다. '어느 가족'은 2018년 고레에다 감독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송강호는 3년 전 '브로커' 개봉 당시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고레에다 감독을 위대한 예술가로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당시 화상 인터뷰여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아 3년간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송강호는 그러면서 "고레에다 감독님의 가장 큰 중심은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며 이를 고레에다 감독의 위대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송강호는 첫손에 꼽은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꼽았다. 이 영화는 그가 처음 접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의 고통과 현실을 그렇게 날카롭고 차갑게 그리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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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배우 송강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 superdoo82@yna.co.kr
송강호는 '브로커'에 관해선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감독을 만나 처음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가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좋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과 친한 배두나 배우가 '브로커' 출연에 도움을 줬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고레에다 감독과 미팅을 한 뒤에도 출연이 결정된 것인지 모호했던 때다.
"미팅하고 집으로 갈 때 배두나 씨에게 전화했어요. 오늘 미팅이 감독님이 하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배두나 씨가 '하자고 하는 거야'라고 했죠."(웃음)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인의 습성이라고 할까, 나는 (의사 표현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며 "배두나 배우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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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우 송강호. 2025.5.1 superdoo82@yna.co.kr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와 '어느 가족' 모두 모성을 탐구하면서 만들게 된 작품이라고 했다. 모성에 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편견을 반성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엄마가 아이가 태어나면 다 모성을 갖는다고 당시 생각했는데, 지인이 제 발언에 대해 '모성이 생겨나지 않아 고통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남성의 편견이다'라고 직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가장 먼저 고(故) 키키 키린을 섭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키키 키린은 일본의 '국민 엄마'로 불리는 명배우로 '어느 가족'에서 할머니 시바타 역으로 출연했다. 고레에다 감독과는 10년간 인연을 맺으며 작품을 함께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키키 키린과 만나면서) 인간을 관찰하는 부분이 많이 단련됐다"며 "(키키 키린이) 돌아가신 지 7년이 됐지만, 지금도 각본 작업 등을 할 때 키키 키린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떠올린다.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송강호는 "'어느 가족'의 향기를 뿜어내는 원천은 키키 키린이었던 것 같다"며 "항상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존재감, 연기가 어떻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는 경지의 순간들을 담았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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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배우 송강호가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이주영. 2025.5.1 superdoo82@yna.co.kr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에 맞춰 각본을 수정할 정도로 배우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어느 가족'에서도 배우 마츠오카 마유에 맞춰 아키 시바타 역을 수정해갔다고 한다.
그런 만큼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그는 당초 시나리오와 달라진 부분이 있으면 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편지로 써서 배우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이주영은 "('브로커') 엔딩을 조금 수정했는데, 그 이유와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배우들이 참고할 수 있게 (고레에다 감독이) 글을 써서 주셨다"며 "감독님과 소통하는 모든 과정이 다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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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배우 이주영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이주영. 2025.5.1 superdoo82@yna.co.kr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어느 가족'의 결말을 언급하면서 관객이 크레딧이 올라간 다음에도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상상하는 작품을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는 끝이 나도 등장인물들의 삶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며 "관객분들이 (영화가 끝난 다음) 그 후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 속에는 스토리에 등장하지 않은 여러분(관객)도 포함됩니다. ('어느 가족' 속) 유리가 베란다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여러분들이 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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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어느 가족' 씨네토크에서 배우 송강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이주영. 2025.5.1 superdoo82@yna.co.kr
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01일 18시5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