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입증한 혁신 사례다. 특히 미국에서의 학위나 근무 경험 없이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챗GPT에 필적한 모델을 개발한 량원펑 최고경영자(CEO)의 성취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는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우리 정부의 강력한 국산화 정책으로 극복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했고 이를 공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은 개인정보 침해 및 안보 문제로 딥시크 사용은 제한했으나, 오픈소스 자체를 제한한 것은 아니다. 딥시크의 학습 과정에서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는 ‘데이터셋 증류(Distillation)’ 의혹이 제기되며 지식재산권 침해 논쟁이 촉발됐다. 데이터셋 증류는 대규모 데이터셋을 소수의 합성 이미지로 압축해 학습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기술로, 딥시크가 이를 적극 활용하며 AI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이다.
그런데 한국의 AI산업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국회가 발표한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다. AI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있는 한국이 도약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생각해 보자.
첫째, AI 데이터 관련 법적 기준을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기존 저작물을 학습에 활용하므로 저작권 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뉴스 데이터 활용을 두고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으며, 국내 지상파 3사도 네이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현행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흡하다. 최근 제정된 ‘인공지능 기본법’에도 학습데이터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 수년째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 ‘TDM(Text & Data Mining) 면책’ 조항을 도입해 데이터 분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기존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이 규정을 이미 도입해 AI 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된다.
둘째, 저비용·고성능 AI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도 큰 비용이 드는 거대 AI 개발보다 딥시크처럼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AI 경쟁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또한 공공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 구축, 국가 차원의 컴퓨팅 파워 지원, 전력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셋째,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AI산업은 무한 경쟁 시대에 들어갔으며, 과도한 규제는 기술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우리보다 앞서 AI 규제에 나섰다가 후회하고 있는 유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세계 1등 기술력을 갖추고도 산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AI 분야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제 정비, 저비용 AI 전략,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AI산업의 도약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