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시설과 핵 관련 목표물 100여곳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했고, 동시에 자국 내 인터넷망을 전국적으로 차단했다. 단절된 통신망 속에서, 일론 머스크는 “The beams are on”이라는 트윗을 통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이란 시민들에게 개방했음을 알려 문자 송수신이 가능했던 이란인들은 전시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생존 신호를 보내고 확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반면에 지난주 미국 LA에서 발생한 불법 이민자들의 대규모 폭동은 주요 레거시 미디어들에 의해서는 평화적 시위로 보도되었으나, X(옛 트위터)에서 이들이 실제로는 매장을 습격하고 차를 불태우며, 상인들과 경찰들을 위협하는 현실을 확인한 미국인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가능케 한 중대한 결정이었다며 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넘쳐나기도 했다.
이 전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두 사례는 특정 연결 기술, 연결 플랫폼과 사회적 기록 인프라가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고 감각을 복원하는 기반 기술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사회학자 해럴드 가핑클은 사람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의미의 기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란 시민들은 인터넷이 끊긴 순간, 기존 세계가 끝났다는 감각을 경험했고, 그 상황에서 스타링크를 통한 문자 한 줄은 '나는 아직 세계 속에 존재한다'는 감각을 회복시킨 연결이었다. 반대로, LA 시민들은 주류 언론 보도와 실제 현실의 괴리를 X를 통해 직접 목도하며 일상성이 깨지는 불일치를 체감했다.
2024년 로이터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뉴스 신뢰도는 32%, 한국은 30%에 불과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AP,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에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조치 역시, 단순한 언론 억압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불신이 제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더 이상 정보의 홍수기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기'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러므로 이제 질문은 연결 기술에 대한 설계로 향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어떤 감각을 복원하고 있는가? 단순한 통신의 연결이 아니라, 존재의 인지, 진실의 기록, 자유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가? 아니면, 침묵과 왜곡을 정당화하는 인프라가 되고 있는가? 연결을 위한 기술이 이를 상업적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면, 관련 기업은 관련 감각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해럴드 가핑클의 주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연결 기술은 단순히 데이터나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능이 아니라, 불안정한 사회 속 핵심 감각들을 복원하고 설계하는 매개체가 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존재의 감각으로 '나는 아직 세계 속에 있다'는 확신을 설계해 볼 수 있다. 이는 재난, 검열, 고립 상황에서 더욱 유효한 감각이며, 모든 연결 플랫폼은 이 '존재 인지'를 개발 기획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둘째, 진실의 감각으로 이제는 삭제되지 않은 영상이 신뢰가 되는 현실을 반영해 볼 수 있다. 진실은 더 이상 언론에 의해 보장되지 않는다는 감각에 대응해 편집되지 않은 영상, 사용자 스스로가 기록한 콘텐츠, 삭제되지 않고 보존되는 정보의 흐름을 기술 신뢰의 기준으로 받아들인 시작점을 설계해 볼 가치가 확인된다. 이는 사회적 기록 인프라의 설계 의지의 문제이며 감추는 플랫폼이 아닌 드러내는 기술이어야 한다. 셋째, 자유의 감각으로 침묵을 선택할 권리와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설계의 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유는 단지 말할 수 있다는 조건을 넘어서,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가 보장되는 환경에서만 성립된다. 표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설계, 공동체 내 정서적 안전감의 조성이 기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사용자 경험 설계와 커뮤니티 규칙, 알고리즘 구조 전반에 반영되어야 한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격렬한 사회 분열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다. 기술이 윤리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범위를 넘어 '사용자가 확인하고 말하고 존재할 수 있게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진실의 감각을 설계하는 일은 기술이 선택할 수 있는 '상업적 기회의 무대' 위에 놓였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