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성은 컴백을 기념하며 마련한 언론과의 만남 자리에 하얀빛이 도는 튤립 한 송이를 준비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아내와 내가 직접 준비한 것"이라며 "튤립의 꽃말을 아시냐.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헤븐(Heaven)', '소원' 등의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현성은 지난 4일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로 다시금 대중 앞에 섰다. 무려 15년 만에 발매한 정식 음원이었다. 2021년 JTBC '싱어게인2'에 출연하면서 활동을 재개하는 듯했지만, 컴백까지는 약 3년의 세월이 걸렸다.
'싱어게인2' 출연 당시 김현성은 성대결절에도 투혼을 불태워 화제가 됐다. 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고, 그런 그를 보며 후배인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은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가수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성대에 문제가 생기면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40대 중반의 나이, 결혼하며 가정까지 꾸리게 되면서 가수의 꿈에는 무거운 선택이 필요했다.
김현성은 "'싱어게인2' 때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다시 가수를 시작한다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3년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을 하지 못했다. '다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계속 안고 연습했다"면서 "노래가 나와서 들려드리게 된 이 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분 좋고 감격스럽다.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복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조영수 작곡가였다. '싱어게인2' 방송이 끝나고 일주일쯤 뒤에 조영수 작곡가의 회사이자 현재의 소속사의 넥스타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락받았다고 했다. 김현성은 "영수 형을 만나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한 달 정도 고민했다. 내가 가진 걱정이나 두려움, 회복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영수 형이 '네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줄게'라고 말하더라. 정말 큰 힘이 됐다.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고 전했다.
3년 동안 김현성은 집과 연습실만 오가며 과거의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에 전념했다고 했다. 그는 "녹음실에 들어가는 자체가 내겐 굉장히 무서운 일이었다"면서 동시에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가 녹음실에 들어갈 때였다. 신인 가수처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순간도 노래에 대한 긴장감, 회복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지낸 적이 없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녹음이었다. 녹음이 끝나고 나와서 운전하며 집으로 갈 때의 희열이 있었다. 뭉클하고 울컥하는 기운으로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현재 목 상태는 어떤지 묻자 "100%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방송에서는 성대결절로 알려졌는데, 그건 '헤븐' 활동을 한 이후의 시점이다. 이번에 회복하면서 근육 긴장성 발성 장애에 훨씬 가까운 증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성대 주변 외부 근육들이 긴장하고 거기에 손상이 있는 거다. 성대 결절처럼 외부 수술을 통해 제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잘 관리하면서 보컬 코치와 꾸준히 연습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성은 "지금도 노래를 심하게 한다거나 컨디션이 악화하면 통증이 올라온다"면서도 "중요한 건 내 음역이 다 회복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욕심도, 자존심도 있어서 무리하게 활동하곤 했는데, 이제는 영수 형, 회사와 잘 얘기하면서 활동해 나갈 예정이다. 이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내겐 최선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이 됐던 존재는 아내인 그룹 배드키즈 출신 니카였다고 했다. 김현성은 "연애 시절에는 내가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환경이 한 번 바뀌는 거라서 서로 얘기를 많이 했다. 어쨌든 둘 다 가수 활동을 했던 사람이고, 내가 회사 생활하는 과정에서도 목소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한이 있어서 계속 연습해 온 걸 아내가 봐왔다. 내 마음을 충분히 잘 이해해 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는 조영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가 의기투합한 곡이다. 이별 후의 아픔과 사랑을 갈망하는 감정 위로 오랜 시간 끝에 다시 무대에 서는 김현성의 이야기를 투영해 이중적인 의미를 더했다.
김현성은 "노래를 들어보고 조영수 작곡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차 안에서 들으면서 와이프가 옆에서 울고, 나도 뭉클해진 기억이 있다. 곡을 천천히 들어보면 처음 도입하는 멜로디부터 후렴 부분까지 마음을 많이 쓴 게 느껴졌다. '얘를 다시 잘 되게 해주고 싶어'라는 마음이 보였다. 또 절묘하게 '헤븐'과 '소원'의 장점이 다 녹아있고, 너무 록 같지 않게 팝적인 감성으로 녹여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팝 감성의 섬세함을 지향하는데, 그런 걸 잘 캐치해서 곡을 써주셨다"고 덧붙였다.
김현성은 "조영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에 세션까지 그 시대에 하던 분들이 주로 참여했다. 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프로젝트"라면서 "오랜만에 들려드리게 된 정통 발라드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감성을 여과 없이 온전하게 느끼실 수 있는 곡"이라고 자신했다.
"이 곡으로 '김현성이 돌아왔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