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 때 파리에 사는 행운을 누린 사람이라면 평생 어디를 가든 파리가 그의 곁에 머물 것이다.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니까.” 프랑스 파리에서 20대를 보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0년경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남긴 말이다. 당시 파리는 미국 작가인 헤밍웨이와 F 스콧 피츠제럴드,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 각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유학 도시였다.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기관 QS가 2012년부터 발표해 온 ‘유학생 선호 도시 순위’에서 첫 4년간 내리 1위를 지킨 곳도 파리였다. ▷이후 런던 등 서구 도시들이 그 뒤를 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서울이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유학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보도하면서 “서울이 새로운 파리가 됐다”고 전했다. 과거 유학생들이 센 강변의 카페에서 낭만을 즐기는 ‘파리지앵’을 꿈꿨다면, 요즘 글로벌 Z세대는 한강에서 라면을 먹고 성수동 골목을 누비는 ‘서울러’를 선망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유학생이 많아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엔 유럽·북미권 유학생이 부쩍 늘었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로 오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 유학생 31만 명 중 비학위 과정이 8만4000여 명(27%)에 달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크다. 특히 서울 지역 대학의 ‘비학위 유학생’은 2만5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미 명문대에선 서울권 대학 교환학생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프랑스와 독일 대학들에서도 예전엔 한국에서 가려는 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엔 서울로 오려는 지원자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K팝 같은 문화적 매력 못지않게 유학생들을 서울로 끌어당기는 건 ‘삶의 질’이다. 월세만 보더라도 서울의 원룸은 평균 90만 원 정도다. 파리(약 208만 원), 런던(약 168만 원)의 절반 수준인 데다, 생활 물가도 전통적인 유학 도시들보다 저렴하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올려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괜찮을 정도의 치안 수준에도 유학생들은 놀라워한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가 많고, 걱정 없이 밤길을 걸어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은 서울만의 독보적 경쟁력이다. ▷‘외국 유학’ 하면 세계적 명문대 졸업장을 최우선 목적으로 꼽아 왔지만 요즘엔 유학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20대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갭 이어(Gap Year)’를 보내기에 최적인 도시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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