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석학들도 놀랐다…"中 림스 로봇, 예상보다 더 대단" [강경주의 테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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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지난달 8일 중국 선전 난산산업단지의 한 첨단 빌딩. 15층으로 올라가자 '림스다이나믹스(LIMX Dynamics·逐际动力)'라는 메탈 로고를 배경으로 사람 키만한 1.7m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어린이 크기의 2족 로봇, 개의 모양을 한 4족 로봇이 현란하게 춤을 추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현장에 동행한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로봇 움직임이 상당히 자연스럽다"며 "실제로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대단하다"면서 로봇의 걸음 패턴을 주시했다.

로봇 몸에 들어간 AI 뇌

앳된 얼굴의 중국 림스 엔지니어가 유창한 영어로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기능을 조작하자 로봇들은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등 진기한 장면을 쉴새 없이 연출했다. 로봇들이 로비와 복도를 휘젓고 다녔지만 기계음은 크지 않고 정숙성을 자랑했다. 이날 림스가 한국경제신문에 공개한 로봇은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CL 시리즈'와 다중 모드 2족 로봇 '트론1'이다. 림스가 본사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판 딥시크'라고 불리는 림스는 2022년 중국 선전에서 탄생했다. 첫 출발을 위한 종잣돈으로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최근 2000억원 규모 시리즈A까지 확정 지었다. 알리바바그룹이 최대 투자자다. 회사를 이끄는 35세의 젊은 창업자인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자(CTO)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와 비교되는 중국의 '로봇 스타'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창업 멤버들은 UC버클리, 오하이오주립대, 칭화대 등에서 인공지능(AI), 제어공학, 로보틱스를 연구한 인재들이다.

지아판 림스다이니믹스 수석과학자(왼쪽)와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선전=강경주 기자

지아판 림스다이니믹스 수석과학자(왼쪽)와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선전=강경주 기자

편안한 추리닝에 운동화를 신은 채 땀을 흘리며 설계 과정을 설명하던 장 CTO는 "AI 알고리즘, 강화학습 기반 모션 제어, 고성능 하드웨어를 융합한 풀사이즈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회사 전체 인력의 80% 이상이 연구개발자일 정도로 림스는 '기술 덕후'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림스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림스 VGM'인 임바디드(Embodied) AI 플랫폼에 있다. 영상 기반 생성 AI 모델과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결합해 별도의 수백 가지 동작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고도 실제 환경 속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학습 및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쉽게 말해 사람의 행동을 담은 영상만으로 로봇이 그 행동을 흉내 내도록 학습시킨 셈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건을 집는 영상을 보여주면 로봇이 이를 보고 배운다.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제약이 많기 때문에 영상이라는 간접 데이터로 학습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림스는 엔비디아의 로봇 자동화 플랫폼인 아이작(Isaac)을 활용해 강화학습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장 CTO는 중국 내에서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된 이 플랫폼을 '로봇의 두뇌'에 비유했다. 그는 "실시간 학습 능력과 일반화된 사고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봇 제어 방식과 다르다"며 "로봇이 계단을 오르거나 경사로를 내려가는 복잡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이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이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고자유도 다관절로 자유자재 동작 구현

림스는 하드웨어 설계에서도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자체 설계한 고자유도 다관절 시스템은 360도 이상의 회전이 가능하다. 올초 공개한 휴머노이드 'CL-2'에는 전신에 40개 이상의 관절이 탑재됐다. 눕기, 앉기, 비틀기, 쪼그리기, 일어서기까지의 복합 모션을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데다 상하체 간 동작 전이도 부드럽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강하고 빠르게 뛰는 로봇을 만들었다면 림스는 유연하게 걷고 균형을 유지하며 일하는 로봇에 가깝기 때문에 산업 환경에서는 더 실용적이라는 평가다. 취재진 앞 시연에서도 복잡한 자세 전환과 고하중 운반 작업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창고 내 선반 사이를 누비며 물품을 옮기는 모습은 림스의 기술력이 단순 시연용이 아닌 산업 적용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서울대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 CTO는 "로봇이 단순히 이동하는 것보다 실제로 손으로 물건을 잡고 다루는 기술을 더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손이나 팔이 움직이는 것을 넘어 힘의 강약까지 감지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림스는 로봇 팔에만 다량의 센서와 로봇 관절인 고성능 액추에이터를 4개 이상 탑재해 정교하게 설계했다. 그는 "CL시리즈는 로봇 자유도(DoF)가 200개 이상"이라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로봇 설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선전=강경주 기자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로봇 설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선전=강경주 기자

로봇 관절마다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는 사람의 근육 역할을 한다. 림스의 액추에이터는 '힘이 세고 반응이 빠른 근육'에 가깝다. 예를 들어 2족 보행 로봇인 'TRON 1'에는 정격 토크 30Nm, 최대 80Nm의 출력을 내는 액추에이터가 쓰인다. 이 수치는 로봇이 땅을 딛고 일어서거나 무게를 지탱하면서 움직일 때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대 속도는 초당 15라디안(radian/s)으로, 이는 사람이 팔을 휘두르듯 빠르게 관절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힘이 넘치고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으며 움직일 수 있다. 이 액추에이터는 48V 전압으로 작동되며, 고토크 밀도(무게 대비 토크 성능)가 높아 로봇의 전신 제어에 유리하다.

장웨이 CEO는 "CL-2는 허리와 고관절의 자유도를 극대화해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동작까지 구현할 수 있다"며 "림스의 로봇은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사람처럼 의도 있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모터나 케이블 구조가 상당히 정교하다"며 "전신을 조작할 수 있는 이 정도 수준의 로봇은 글로벌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이 무거운 박스를 운반하고 있다.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림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CL-1이 무거운 박스를 운반하고 있다. / 사진=림스다이나믹스

기술적 혁신은 다리에도 있다. 림스는 지난해 다중 모드 2족 로봇 트론 1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로 '3-in 1(Three-in-One)' 모듈형 다리 시스템을 구현했다. 사용 목적에 따라 포인트풋(Point-Foot), 발바닥형(Sole), 바퀴형(Wheeled foot) 등으로 다리를 교체할 수 있다. 모드에 따라 일반 보행뿐 아니라 바퀴를 활용한 고속 이동, 지형 적응 능력이 모두 가능하다.

모듈형 설계도 강점이다. 세 가지 형태의 다리를 모듈식으로 교체할 수 있는 설계를 채택했다. 장 CTO는 "모듈형 설계는 지형 적응성이나 속도 요구 조건에 따라 로봇의 하체를 물리적으로 바꾸는 개념으로, 기존 어떤 로봇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다"며 "바퀴를 장착하면 최대 10배 이상 빠른 이동이 가능하고 경사진 지면이나 계단 등에서도 자율 인식 기반으로 다리를 바꿔 적응할 수 있다"고 기술력을 뽐냈다.

오픈소스로 로봇 생태계 정복 노려

개발자 친화 플랫폼은 림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림스는 로봇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반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 개발 툴킷을 통합 제공하는 오픈형 로봇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다른 로봇 기업들과 달리 외부 개발자가 직접 연동해 테스트할 수 있도록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있다. 매년 ICRA, IROS 등 국제 로봇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고, AI 개발자 커뮤니티에 주요 기술을 공개 중이다. 장 CEO는 "기술을 혼자 쥐고 있기보다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 CTO는 "AI가 내장된 진짜 ‘지능형 로봇’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는 단순히 로봇을 파는 게 아니라 누구나 쉽게 로봇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반, 즉 로봇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사 슬로건도 'Cross A Limit(한계를 넘어서자)'는 뜻을 담고 있다. 'LIMX'라는 회사명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로봇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모습 / 선전=강경주 기자

장웨이 림스 최고기술책임자(오른쪽)가 로봇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모습 / 선전=강경주 기자

선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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