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2〉

14 hours ago 2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 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면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김지하(1941∼2022)


김지하 시인의 새봄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는 외로움으로 시작해서 편안함을 거쳐 축복으로 끝이 난다. 우리 인생이 가장 가고 싶은 노선이다. 어느 삶이 외롭지 않을까. 본질적으로 사람은 외롭고도 외롭다. 그래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아 세상을 헤매기도 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꼬깃꼬깃 접어두기도 한다. 세상은 크고 우리 몸은 그보다 훨씬 작은데도, 마치 이 세상에는 나의 두 발을 쭉 펼 자리가 없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여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한 세월이 흘러갈까 무섭다.

부정적인 생각은 원래 부정적인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데, 이런 시를 읽으면 강물의 흐름이 바뀌듯 생각의 방향이 변한다. 세상에 내 곁이 없다 싶다가도 ‘그래 봄이지,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다 나의 형제고 나를 도와주지’ 이런 생각이 시작되면 눈물나게 고맙다. 마음이 힘들어 삶도 힘들다고 연락한 친구가 있다. 그 어린 친구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좋겠다. 어떤 삶도 외로움으로 시작해 고통을 거쳐 절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삶은, 남의 삶은, 당신의 삶은 소중하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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